▲지난 11월 4일 오후, 혁신학교인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에서 '공정무역'을 주제로 모둠활동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권우성
혁신학교 특히 혁신고교의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고교서열화·고교선택제 등의 최대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다. 대부분 경제적 낙후 지역에 배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공립고 기피, 공학고교 기피 현실까지 감당해야 한다. 특목고·자사고 등에 학생 선발에서 밀린다. 같은 일반고이나 우선 선발권을 행사해 온 자율형공립고등학교·중점학교에도 치인다.
혁신학교 학생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은 혁신학교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와 비방이다. 지난 2011년, 혁신학교 교사들은 자발성과 헌신으로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꿈을 안고 혁신학교를 시작했다. 혁신학교가 생기기 전부터 시작된 일부 언론의 공격이 그 시점부터 본격화됐다.
마치 태어나서는 안 될 자식이 태어난 듯, 잘 될 리가 없다는 듯 제대로 출발하기도 전에도 공격을 쏟아 부었다. 예를 들어 자공고나 중점학교 예산에 비해서 훨씬 적은 예산을 지원 받는데도 특혜시비가 끝없이 이어졌다. 학교혁신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교사들이 "예산 유용 집단", "비리 집단"으로 비쳐질 지경이었다.
혁신학교 비방은 학교 관리자 및 교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일부 중학교의 오해와 푸대접은 정도를 넘어선 듯하다. 성적우수 학생들에게 혁신학교를 기피하도록 종용하고, 이른바 '문제아'에게는 "혁신학교나 가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해당 학교 출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이런 경험담에 가슴이 무너졌다. 고교진학 설명회에도 2013년 말에 가서야 초청을 받았다. 같은 공립학교 교사로서 생각해보면 참 서운한 일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부 교사들은 혁신학교가 인성교육과 책임교육으로 '문제아'들을 품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진학과 전학을 권유했다. 학생인권존중을 '자유방임'으로 오해한 일부 학생들이 집중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지난 2012~2013년 삼각산고 입학생의 성적 하락은 혁신고의 '숙명'이었던 셈이다.
삼각산고가 혁신학교인 줄을 모르고 지원·배정받았던 2011년보다도 입학생들의 성적은 하락했다. 내신 성적 하위 20% 이하 학생 비율이 2012년에 4% 가까이 늘었다. 주변에 유난히 많은 자사고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점도 입학성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입학생 성적 하락과는 달리, 교사들이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 삼각산고에 대한 주변의 평가가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재구속됐고, 문용린 서울교육감의 혁신학교 억압정책이 시작됐다.
혁신학교 폐지 공약을 내세운 문용린 교육감은 혁신학교 예산을 점차 큰 폭으로 줄이기 시작했다. 결국 2014년 예산은 다른 일반고 특별 지원 예산보다도 적었다. 서울에서 혁신학교는 끝났다는 생각들이 퍼져나갔다.
혁신학교의 운명이 백척간두 지경에 놓였을 때, 교사들은 더욱 헌신적인 노력을 계속했다. 입학생의 성적은 더 하락했다. 2013년 신입생 중 하위 20% 학생 수가 7% 더 많아졌다. 하위 10% 이내 학생 수는 2011년 입학생의 딱 두 배인 80명, 한 반에 8명이었다.
교육청마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주변의 자공고, 사립고 등에 전·입학을 거절당한 타교 퇴학생들을 삼각산고에 배정했다. 2014년, 삼각산고 2학년 전출생보다 전입생이 3배가 더 많았다. 한 학교가 모두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상황들이 첩첩산중으로 이어졌다. 삼각산고 학생들의 2013~2014년 국가성취도 성적이 낮은 것은 사실상 당연한 결과다.
조금씩 나타낸 성과... 바뀌기 시작한 주변의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