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일상에서 만난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행과 책, 영화 등 어떤 것이든 예술을 만나기 위해서 한다.
성낙희
영화를 자주 본다. 주로 옛날 영화를 찾는다. <타인의 삶>과 <굿 윌 헌팅>, <늑대와 춤을>을 좋아한다. 국내 영화 중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옥희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재밌게 봤다.
내러티브가 잘 짜인 영화를 좋아한다. 더욱이 예술적 감각이 잘 표현된 것을 좋아한다. 고도의 예술영화는 너무 어렵다. 대중 정서를 적당히 반영하면서 예술적 장치들이 잘 돼 있어야 한다. 영상미와 음악 등이 내러티브와 어우러지면서 대사가 멋들어지게 표현되면 좋다.
예술적 감각, 달리 말하면 아름다움. 작위적이지 않으면서 절제된 표현들. 자연스러움 속에 심어놓은 연출이 좋다. 영화든 책이든 여행이든 거기서 근본적으로 예술을 찾고 느끼려 한다. 예술이라면 좀 어렵고 난해한 어감을 풍기는데, 나에겐 그저 아름다움의 다른 이름이다.
예술을 더 찾고 싶어하는 분야가 있다. 글이다. 좋은 책을 자주 찾아다니고, 좋은 문장을 찾아 헤맨다. 또 그것을 직접 모방하는 시도를 해 본다.
문학에 능통한 한 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운문뿐 아니라 산문에도 감칠맛 나는 리듬이 있다는 걸 미당 서정주 전집을 읽으면서 깨쳤다. 이 맛을 알고 나서, 리듬이 없는 글은 참 읽어주기 어려워졌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쓴 신문잡지 기사 등속의 글이 아니라면, 제대로 숙성한 글에는 행간의 여운과 함께 '일회적인 것의 아득한 나타남'이라는 '아우라'(aura)가 풍겨난다. 신문기사도 풍성한 어휘로 농익은 문체와 리듬을 살려 제대로 쓴 걸 읽으면 쫀득거리는 찰기가 느껴진다. 남근주의자 김훈이 그토록 욕을 먹으면서도 제 글로써 한소리 하는 배경에는 그만의 독특한 문체의 힘이 있다." - 차정식, <쩔쩔매시는 하나님> 136쪽여기서 말하는 리듬도 나는 예술로 받아들였다. 내가 이 리듬을 깨우치려면 아직 멀었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다.
글의 내용에 있어서도 예술적인 것이 좋다. 기쁨과 슬픔, 격정, 고뇌 등의 감정들을 직접 표현하지 않지만 그것이 행간에 풍성하게 나타나야 한다.
다음의 글에서 그걸 깊이 공감했다.
"글 가운데 가장 높은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다. 즐겁고 기쁘게, 슬프고 애달프게 만드는 글이 위대한 글이다. 글 쓰는 모든 이는 그런 글을 쓰려는 욕심을 갖고 있다. 기사에서 그런 성취를 이뤄내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어부터 문장까지, 철저히 담담하게 써야 한다. 필자가 먼저 감정을 드러내거나, 감정이입을 부추기는 문장을 쓰면, 독자는 울고 싶다가도 눈물을 거두고, 웃고 싶다가도 미소를 지운다." 안수찬 <나는 어떻게 쓰는가> 55쪽예술은 일상에서 자주 만난다. 나는 야구선수 류현진의 투구를 좋아한다. 포수가 요구하는 위치에 정확히 꽂아 넣는 투구, 위기의 순간에 땅볼을 유도해 더블 플레이를 만드는 투구,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예술이다!'라는 감탄이 나온다.
누구나 예술을 감상하고 싶어한다. 또 예술을 직접 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직업이 됐든, 취미생활이 됐든, 다른 무엇이든 예술가가 되고 싶어한다. 다른 말로 자아실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또한 꿈이어서 언제나 마음에 가지고 있고, 몸으로 옮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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