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박근혜 정부 변한 것 없다

[주장] 세월호 1년과 경제성장 만능론

등록 2015.03.31 16:11수정 2015.03.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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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년이 다 되었다. 우리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 준 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에 많은 과제와 의문을 던져주었다. 그 중 하나는 '경제성장'이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였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 '세계 10위권의 경제' 등 화려한 수사 속에서 경제성장을 해 왔지만, 국가는 세월호 탑승객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선장과 선원들은 비정규직이었고, '수익'을 위해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경제논리를 앞세워 세월호 진상조사에 대한 요구를 무마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모습을 보면서 '경제성장'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세월호'가 우리 경제 발목 잡았나

당시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자 '경제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5월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 시키는 일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많다"라며 민생경제 활성화 대책을 주문했다.

결국, 경제논리를 앞세우며 '경제가 어려우니 세월호 문제로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보수언론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을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세력'이라고 매도했다.

세월호 참사가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부가 내세운 논리중 대표적인 것이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것이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람들이 여행을 가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음식점이나 숙박업 등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나아가 침체된 사회분위기가 지속될수록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사람들의 실제 소비심리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지수 중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 부분들을 살펴보자. 소비자동향지수는 쉽게 말해 소비자들에게 현재의 상황이나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물어서 지수화한 것이다. 이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가구보다 많다는 것을, 100 미만인 경우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먼저 외식비 지출의 경우 세월호 참사가 있은 2014년 4월 91이던 것이 5월과 6월 각각 91을 기록하며 세월호 참사에 따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7월과 8월에는 각각 1포인트 씩 상승했다.

여행비 지출의 경우, 2014년 4월 94이던 것이 5월 90으로 하락한다. 하지만 6월 93, 7월 94로 곧바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오락, 문화 등의 지출과 관련해서는 4월 91, 5월 90, 6월 90, 7월 91, 8월 92로 큰 변동이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사람들의 소비심리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지수들이 기준선인 100이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세월호 참사 때문이 아니라 이전부터 경기가 좋지 않았던 결과다. [그림 1]에서도 볼 수 있듯이 2013년에는 관련 지수들이 더 좋지 않았다.


 [그림1] 소비자심리지수 중 특정항목별 지수 /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그림1] 소비자심리지수 중 특정항목별 지수 /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백남주

사람들의 소비심리 변동 말고 실제 사람들의 지출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도 살펴보자.

[그림 2]는 가계의 소비지출 중 오락문화와 음식숙박에 관련된 지출 추이를 분기별로 나타낸 것이다. 오락문화 부문 지출의 경우 세월호 참사가 있은 2014년 2분기 감소하지만, 3분기에는 이전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음식숙박 부문 지출은 2014년 2분기 오히려 늘어났고, 3분기에는 관련 지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림 2] 가계 소비지출 중 오락문화(좌)와 음식숙박(우) 부분의 실질 지출액 추이(계절조정)
단위 : 십억원 /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그림 2] 가계 소비지출 중 오락문화(좌)와 음식숙박(우) 부분의 실질 지출액 추이(계절조정) 단위 : 십억원 /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백남주

'경제가 어려운데 언제까지 세월호 이야기를 할 꺼냐'는 식의 정부여당과 보수진영의 이야기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 물론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은 어렵다. 전체적인 소비심리도 얼어붙어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이지 세월호 때문이 아니다.

'경제성장'만 신성시 하는 정부여당

한편 정부여당의 '경제가 어려우니 세월호 문제로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사고방식 속에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 중 경제논리와 효율성 등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나아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원인 중 하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장과 효율성에 매달려 '안전'이나 '공공성'과 같은 가치를 무시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정부여당의 생각과 행동엔 변화가 있었을까?

박근혜 정부는 공공성을 훼손하는 규제완화에 여전히 적극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신년구상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의 '규제개혁'을 제일선에 놓았다. 내수활성화 역시 규제개혁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규제를 개혁하면 기업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의료 등 공공성이 높은 영역에서 재벌대기업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과도하다며 임금이나 해고 조항을 조정하려 한다. 파견노동은 55살 이상에 전면 허용하고 계약직 사용기간도 연장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후보시절 부터 부동산규제완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료 : KBS화면 캡쳐
최경환 부총리는 후보시절 부터 부동산규제완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료 : KBS화면 캡쳐KBS1

특히 박근혜 정부는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를 세운다)의 화신'이라 평가되는 최경환 의원을 경제부총리 자리에 앉혔다. 인사 청문회 당시 '서울 집값이 높지 않다'고 한 최 부총리가 펴고 있는 경제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었다.

부자들에게도 1%대의 이자율로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주는 '손익공유형 모기지' 등 최 부총리는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고, 기업의 임대주택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혜택과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며 가장 아쉬워 한 정책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부동산 3법이었다. 박 대통령은 '불어터진 국수'를 먹고도 부동산 경기가 꿈틀댔다면서 더 강력한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동산 경기 부양 속에는 서민들의 주거난이나 주거권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

여당 대표의 인식은 우리를 더욱 놀랍게 한다. 지난 3월 25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한 대학의 특강에서 "힘을 얻기 위해서라면 자유를 유보해서라도 경제를 빨리 발전시켜야 한다. 이게 박정희 대통령의 5·16 혁명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 부르며, 경제 발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이어 김 대표는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 한강의 기적으로 전 세계인들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은 기적'이라고 부러워한다"라며 "이렇게 전 세계인들이 우리나라를 인정하는데 좌파들은 현대사를 부정적으로 가르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관련기사 : 김무성 "자유 유보해서 경제 발전, 이게 5·16 혁명").

김무성 대표의 논리는 세월호 참사 때 여당이 보여준 논리와 맞닿아있다. '경제가 어려운데 진상규명이 뭐가 중요하냐', '경제가 어려운데 언제까지 세월호 이야기 할꺼냐'는 식의 인식이 그것이다. 경제논리가 최우선이며 여러 가지 사회적 가치들은 경제논리의 하위 범주일 뿐이다. 그런 사람의 눈으로는 '좌파'의 문제제기가 이해될 리 없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년. 박근혜 정부의 모습을 보면 변한 것이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은 돈의 논리가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바랐다. 경제논리를 앞세운 무분별한 비용절감, 구조조정 등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확산되었다. 박근혜 정권의 정책은 이러한 국민들의 염원과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우리경제가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불평등은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심화되어 있고, 세계경제의 현황은 이전과 같이 수출을 통해서 고도성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세월호 참사가 우리 경제에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매거진 민권연대>(http://mag-mkyd21.tistory.com)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세월호 #세월호 경제 #세월호 소비자심리 #불어터진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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