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 지진 피해 임시 숙소
김여정
현재 네팔에는 2만 명 이상의 공식 집계된 티벳 난민들이 살고 있다. 히말라야를 넘어서 비공식적으로 탈출한 티벳 사람들도 많다. 4월 25일 지진으로 심하게 파괴된 카트만두의 보다나트는 네팔의 티벳 망명정부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지난 수천년 동안 중국에서 차를 운반하는 차마고도 마방들의 종착점이었다. 차를 운반한 티벳 마방들은 이곳에서 한겨울을 보내고 봄에 히말라야를 넘어서 고향으로 넘어갔다. 중국의 티벳 강제 점령 이후, 티벳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곳 보다나트에 둥지를 틀고 난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삼천 년이 넘은 거대한 탑인 보다나트는 티벳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지주와 같은 곳이었다. 보다나트 탑을 둘러싸고 망명정부 티벳 사무실, 티벳 난민병원, 티벳 학교, 티벳 난민자립센터, 티벳 사원들이 위치하고 있다. 히말라야를 어렵게 넘어온 티벳 사람들에 대한 즉각적인 난민신청과 구조조치가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나는 네팔 여행 중에 심하게 아팠을 때 이곳 티벳 난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보다나트 티벳 난민공동체는 티벳 난민들에게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몰려온 수많은 여행자들에게도 열려 있던 곳이다. 현대 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은 이곳 티벳 난민공동체에서 공부하면서 영혼의 상처를 치료했다.
지진으로 보다나트는 철저히 파괴되었다. 하얀색 돔 위에 놓여진 황금색 탑이 땅바닥을 뒹구는 사진들을 외신에서 볼 수 있었다. 보다나트 주변에 살고 있는 티벳 난민들도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나는 네팔에 매시간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화 연결은 불가능했다. 전화 신호조차도 가지 않았다. 아마도 네팔의 통신탑 붕괴로 전화 연결까지는 수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티벳 난민들을 냉대하는 네팔에서, 티벳 난민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매우 미비할 것이다. 카트만두나 포카라 같은 대도시에 사는 티벳 난민들은 그나마 낫겠지만 히말라야 산중에서 원시적인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티벳 난민들에까지 지원의 손길은 미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도움조차도 티벳 난민들에게 닿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네팔 정부는 집을 잃은 네팔인들에게 우선적으로 카트만두 군부대 시설과 골프장을 개방하고 그곳에 텐트와 식수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티벳 난민들까지 챙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보다나트 주변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티벳 친구들과 노점상을 운영하면서 티벳 망명정부를 돕고 있는 수많은 티벳 친구들이 큰 피해없이 살아 있기를 기도하고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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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보다나트, 2만 티벳 난민들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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