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 마요. 넘어지면 3년 안에 재앙이 찾아온다 말이에요!
김혜민
'산넨자카 거리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재앙이 찾아온다'라는 속설이 있다. 대체 이런 속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믿지는 않지만 어기자니 괜히 찝찝하다. 우리는 장난이더라도 서로 밀지 말자고 굳게 약속을 하고 멀찌감치 떨어져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려온다. 큰 호흡을 내쉬고 주변에 눈치를 살피며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평소에도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데 넘어질 때가 많은 탓에 혹시라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잔뜩 신경이 쓰였다.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면, 칠흑 같은 어둠뿐인데, 거리에는 밤을 잊은 지 오래다. 밤을 잊지 않은 사람들 덕분에 청수사 근처 상점에서도 불이 환하다. 청수사를 향하던 발길을 돌려 어디라도 들어가 뜨근한 국물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유혹을 애써 이겨낸다. 그 보다 더 특별한 밤을 위해서. 넘어지지 않게 다시 정신을 차린다. 앞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잘 흘러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