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값에 결혼함 1회 포스터. ⓒ 바싹 카페 갈무리
김이향
금전문제로 고민중인 젊은 커플, 장애로 인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사연을 공모해 2쌍을 선정했다. 지역 결혼식장과 웨딩숍 등을 대상으로 협찬과 재능기부를 부탁했다. 취지에 공감하고 협력을 약속하는 곳도 있었지만 차갑게 거절하는 업체도 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몇 번씩 찾아가 설득했다. 결과는 성공. 제천시내 서울관광호텔에서 보통의 결혼식에 조금도 손색 없는 예식을 올릴 수 있었다. 신혼부부들은 일반 예식비용의 반값만 내고 풍성한 축복 속에 의미 있는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청년이 직접 만든 일자리 '세마디'"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일자리 창출을 외칠 게 아니라 청년들이 직접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세상의 마음을 여는 디자인, '세마디'를 창업했죠."바싹은 충청북도의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공모해 디자인회사 세마디를 올해 5월 개업했다. 주 사업은 광고(시각)디자인, 제품(산업)디자인, 공공디자인 제작판매인데, 장애인을 대상으로 디자인 기술을 교육하고 수료생을 정직원으로 채용해 청년장애인 일자리창출에 기여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세마디의 근로계약서 중 3조 '근로시간, 휴게시간 및 휴일휴가' 규정에는 "애인과 헤어졌을 시 이틀간의 잠적을 허용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라 직원이 4명뿐이지만 '우리 일자리는 우리가 직접 만든다'는 패기와 발랄함이 넘치고 있다고 한다.
"말끔한 얼굴로 만나서 회의를 하고 나면 수염이 자라고 주름까지 생긴 채 헤어집니다."정 대표를 포함한 바싹의 회원 대부분은 직장인 혹은 자영업자다. 세마디 창업을 포함해 바싹이 기획 중이거나 추진 중인 사업이 꽤 있어서 퇴근 후 저녁 8시쯤 시작한 회의는 새벽 2~3시가 돼서 끝나기 일쑤다. 논의되는 사안은 50명 넘는 회원들이 다 동의해야 다음 주제로 넘어갈 수 있다. 처음 바싹을 만들었을 때는 알음알음으로 회원을 초청하고 '삼고초려'도 했지만 요즘은 가입 희망자를 대상으로 지원서를 받고 면접을 볼 정도가 됐다. 면접에서는 바싹이 가진 문제의식과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지 살핀다고 한다.
이렇게 지역 청년들의 관심이 커진 것은 그동안 청년비행기, 반값 결혼식 등 각종 행사를 통해 바싹의 가치가 알려지고 일일 스탠딩클럽 '싹'(일일 유흥클럽) 등 재미있는 이벤트로 관심도 모은 덕분이라고 한다.
"행복을 느낄 새가 없어요. 청년한테 즐거울 시간이 어디 있나요?"바싹 활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행복하냐는 질문에 대한 정 대표의 반응은 의외였다. 두 번의 인터뷰 때 마다 눈이 충혈돼 있던 그는 "기획한 사업이 무사히 끝나더라도 또 다른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곤함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바싹이 하는 사업에 대한 긍정적 사고는 잃지 않았다. 정기적인 행사로 자리 잡은 반값 결혼식과 세마디 사업을 정착시키는 게 최우선 관심사라는 그는 "지역 청년들에게 항상 관심을 갖고 그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어깨를 툭툭 두드려줄 수 있는 단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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