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표지진보와 보수, 문제는 프레임이다
와이즈베리
문제는, 각 정당들이 내부의 분란과 갈등 봉합에 신경을 쓰고 있는 와중에 당을 대표하는 '프레임'마저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공천전쟁'에 서로의 당을 향해 심판론을 들이밀던 손가락마저도 잘 가려져 보이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사실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라고 하였다.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그가 저술한 대표적인 저서의 제목이기도 한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다.
누군가 당신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면, 당신의 뇌는 본능적으로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언어에서 인식되는 것이다.
'모든 단어는 개념적 프레임과 관련지어 정의된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들으면 우리 뇌 안에서 그와 관련된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 <코끼리를 생각하지마> 中 책에서는 이러한 프레임이 정치에서 사용될 때 사람들의 뇌를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폭로한다. 또한 미국의 보수주의자가 쟁점의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구성했을 때 무엇이 그들을 승리로 이끌었는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프레임 구성의 이론과 구체적 적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나열한다.
약 10년 전 출판된 이 책이 선거철만 되면 아직까지도 끊임없이 회자가 되는 이유는, 10년 전 책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치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아서일 것이다. 유권자들이 왜 프레임의 덫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책을 읽으면 공감을 넘어선 놀라움과 충격에 빠지게 된다.
'조지 W. 부시가 백악관에 입성한 바로 그날부터 백악관에서는 세금 구제(tax relief)라는 단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중략) '구제'라는 단어의 프레임 형성을 생각해봅시다. 구제가 있는 곳에는 고통이 있고, 고통 받는 자가 있고, 그 고통을 없애주는 구세주, 영웅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 영웅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들은 구제를 방해하는 악당이 됩니다.' 조지 W. 부시의 '세금 구제' 말고도 정치의 프레임 사용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혈세', '경제민주화', '무상급식', '식물국회', '배신의 정치', '진실한 사람', '테러방지법'…. 과거부터 현재 우리나라 정치상황과 비추어봐도 사람들의 머리 속에 쉽게 각인되는 프레임이 많지 않은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지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목적, 그저 일회성에 그치는 그런 프레임이 아닌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할 제대로 된 중장기적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거 프레임을 구성할 때도 사람이 중심이 되거나 상대 진영의 비난이 중심이 되는 프레임을 구축하기 이전에 공약과 정책에 기초한 올바른 프레임을 구성해야 한다.
따라서 유권자에게 정책을 판단할 수 있는 식견을 제공하고, 정치참여와 관심을 촉발할 수 있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공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각 정당의 돌아가는 판을 보면, 이번 총선은 '프레임 전쟁'이 가능은 할지 굉장히 의심스러운 바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문제는 프레임이야, 바보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교보 특별판)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와이즈베리, 2018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2016 총선, '프레임 전쟁' 할 수는 있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