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 편지를 전달하러 간 우리들의 모습
정은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책정'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사실상 최저임금을 깎자는 이야기입니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개선하고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한 것'입니다. 최저임금은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만들어진 임금입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경영계에서 쏟아지는 의견은 이러한 최저임금 도입 취지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단순 노무(?)라고 표현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발언은 안 그래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급여를 깎으려는 시도입니다.
경영자분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는 최저임금 도입 취지와 최저임금을 받고 사는 청년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9일 오전 '부글부글' 끓는 청년 몇 명이 모여서 경총 앞으로 갔습니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은 최저인생, 최악인생!경총 방문은 자유 발언대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인 청년들은 자신이 해왔던 아르바이트를 목록이 정리된 것을 종이에 뽑아서 몸에 부착한 뒤, 경총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참여한 권순규씨는 편의점 알바로 살아온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년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던 때에는 새벽 시간에 일해서 버는 돈이 최저임금도 아니었습니다. 5580원에서 80원이 마음대로 깎인 5500원이었습니다. 한 푼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보고한 뒤에 알바생이 먹어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아주 좋아했습니다. '폐기'라고 불리는 그 음식들을 먹어야만 그나마 밥값으로 드는 돈을 줄일 수 있고 알바로 생활을 유지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저 음식이 유통기한이 지났으면 좋겠다. 빨리 유통기한이 지나서 내가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폐기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서 일하며 지내는 밤 내내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청년이 자괴감이 들도록 하는 것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만은 아니었습니다. 인력소개소를 통한 막노동, 플스방 알바, 구세군 알바, 한정식집 보조, 하수도 조사 측량 일, 웨딩홀 알바, 다니고 있는 학교 교내 알바, 영어학원 mp3파일 제작알바, 헌교과서 수집알바, 동대문 싸개단추공장 알바, 마트 창고 알바, 음향 보조, 무대 설치 및 해체 등등. 이것들이 권순규 씨가 해온 아르바이트였습니다. 모든 알바비는 최저임금에서 결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원래도 씀씀이가 적은 편이었지만 돈을 쓸 때마다 몇 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인가에 대한 생각이 습관처럼 머릿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밥을 한 끼 먹으려고 해도 '한 시간동안 일해도 못버는 돈', 너무 급한 일이 있어 택시라도 한번 타게 되면 '두 시간 동안 일한 돈이 허무하게 사라진다.' 이런식으로 머릿속 한 켠에는 항상 시급 계산기가 돌아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생활하는 모든 것에는 돈이 들고 턱없이 부족한 최저임금은 저를 팍팍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하기는커녕,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도 힘듭니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은 이미 '최저인생', '최악인생'이라는 읍소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입니까,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까?"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하는 이때에 최저임금 차등책정이라뇨." 최저임금을 받고 사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니, 청년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권순규씨에 이어서 마이크를 받은 김근영씨도 테크노마트 전단지, 한화 L&C, 이마트, 동아오츠카, 폐교과서 수거 알바, 본죽 알바, 군고구마 판매, 학교식당 설거지, 세븐 일레븐 알바 등 자신을 해왔던 알바를 적은 종이를 몸에 부착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김근영씨는 경영계 최저임금 사용자 위원들에게 "최저임금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기준"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적으로 매길 수 있게 한단 것입니다. 즉 우리가 하는 아르바이트도 직종에 따라 시급의 기준인 최저임금이 달라진다는 것 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즉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용자의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것밖에 되지않습니다.사용자 위원분들께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업종별 차등적용의 기준은 어떠한것입니까? 어떤 객관적인 기준을 토대로 차등 적용할 수 있단 말입니까. 몸을 더 많이 쓰는 아르바이트는 시급을 더 받을 수 있고 가만히 앉아있는 사무직 아르바이트는 적은 시급을 받는 것입니까? 그 어떠한 것도 차등지급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허무맹랑한 말씀하지 마십시오.사용자 측의 이와 같은요구는 최저임금제도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요구입니다. 사용자에게는 '인건비의 기준'이 되는 것이 최저임금이지만 우리에게는 '생활의 기준'이 최저임금이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박병원 경총 회장님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