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우월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경찰 제도 아래 일어난 폭력이라고 생각했다. 흑인이 아닌 다른 유색 인종이 가지고 있는 인종 차별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보았다.
유영
- 얼마 전 동양인 경찰이 흑인을 총격으로 죽여 재판을 받았다. 실형은 면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어떤 생각을 했는가?"안타까웠다. 그리고 이 사건이 백인 우월주의라는 큰 프레임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1세대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 아시아인 안에 있는 흑인 차별 의식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이러한 상황을 흑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무죄에 가까운 판결을 보면서도 안타까웠다. 아시아인 경찰이 흑인을 죽였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실형 판결을 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사안에서도 진보 활동가들도 의견이 갈렸다. 흑백 갈등 논리 안에서 아시아인이 백인을 대신해 총대 메고 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건 백인 우월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경찰 제도 아래 일어난 폭력이라고 생각했다. 흑인이 아닌 다른 유색 인종이 가지고 있는 인종 차별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보았다."
- 흑인이 대통령인 나라에서 흑인 차별 이야기는 어불성설이라는 말도 많다. "나도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흑인이 대통령까지 하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실제 젊은 세대 한인들이 흑인 대통령이 나왔으면 끝난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여기서 흑인 인권은 이미 완성됐다고 평가한다. 아직 아시아인 미국 대통령은 없으니 말이다. 이건 마치 여성 대통령이 나왔으니 여성 인권 문제는 다 끝난 것 아니냐는 말과 같다. 잘못된 생각이다.
인종 이야기를 할 때 흑백 갈등 구조만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아시아인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지 계속 자문한다. 아시아인의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고민이다. 실제 아시아인은 흑인들이나 히스패닉이 경험하는 인종차별과 다른 형식의 차별을 경험한다. 최근 들어 미묘한 차별,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이라는 심리학적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말이지만 2007년에 확산돼 아시아인이 경험하는 인종 차별이 연구되고 있다.
아시아인들도 차별 당한다는 같은 전제 아래 있지만, 흑백 갈등 구조만 이야기될 때가 많다. 가장 오래되고 골이 깊은 인종 문제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1700년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시기부터, 아니 더 멀리 보면 십자군 전쟁에서부터 시작된 흑백 갈등 구조가 먼저 풀려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인종 차별 논의도 계속 진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인종 갈등 문제에서도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이해할 도구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LA에서 있었던 사태를 비롯해 이민 사회 형성 등과 여러 사회와의 관계 등을 포함한 이민 역사 연구가 잘 이뤄지면 어떨까 생각한다.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 자녀 세대가 한국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지만, 배워도 6.25 등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는 것만 배운다. 역사적 맥락을 배우기는 쉽지 않다.
이민 사회에서 살면서 우리 정체성을 배울 때도 이런 역사 속 사건만 배운다. 민족사를 배우는 것과 함께 이민 사회의 맥락이 한국, 미국 역사와 어떻게 이어지는 알아야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잘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국에서도 현대사를 대학에 가서나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데, 미국에서도 현대사가 많이 약한가?"미국도 이게 문제다. 역사를 제대로 안 가르친다. 편협한 사고를 주입한다. 백인들이 세운 학교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구조화한다. 예를 들어 이런 문제다. 콜럼버스가 '발견했다'와 '왔다'라는 표현을 교과서에 쓴다고 생각해 보자. 여기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발견했다고 쓰는 건 문제가 있다. 그가 여기에 온 것이다. 그런데 발견했다고 쓰는 사람들이 많아 문제다.
노예제도를 미화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식민사관으로 기술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미국도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등도 멕시코 땅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하지 않는다. 그곳에 사는 멕시코인들이 이민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원주민으로 지냈던 사람이 많은데, 이 역시 배우지 못해서 생겨난 편견이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로 대표되는 흑인 인권 운동 이야기도 백인 시각으로 많이 해석됐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어록이나 'I have a dream(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도 제대로 된 의미에서 사용하는 사람을 별로 못 본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도 흑인 여성들의 죽음은 말하지도 않고 잊혔다. 인권 운동을 벌인 여성들의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성소수자들 이야기도 묻혔다. 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운동 전체를 보는 BLM이 있고, BLM 해시태그 운동이 있고, BLM 단체가 있다. 여기서 단체를 처음 시작한 이들은 성소수자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여성, 성소수자는 모두 말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도 지워진다.
나는 교육대학에서 심리 치료를 전공했다. 그래서 교육에 관심이 많고, 교사로 일하는 친구도 많다. 교사 친구들이 BLM운동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경찰이든 경찰 손에 죽은 사람이든 12년 교과 과정을 거쳤을 텐데, 이 사람들이 인종 문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왜 아무도 모를까, 왜 모르는 사람이 많을까 궁금해한다. 인종과 성별, 소수자 인권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집중해 고민한다."
차별과 편견에 연대로 맞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