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 돔이 열리자 구름이 흐르는 하늘 사이로 별들의 무리가 나타났다.
박경배
저녁 9시쯤 천문대의 둥그런 지붕, 돔이 열렸다. 계곡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관람객의 탄성이 합창단의 화음처럼 어우러졌다. 가족, 연인 등과 함께 온 10여 명의 관람객은 '헉~'하는 감탄사를 내뱉은 뒤 말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소리로 만난 하늘이 시야에 뚜렷하게 잡힌다. 큰곰자리 꼬리에 해당하는 북두칠성을 기준으로 북쪽 하늘이 보인다.
천문대의 박제훈(28) 연구사는 여름철 남쪽 하늘에 보이는 전갈자리를 가리키며 "전갈의 꼬리는 지금 산자락에 가려져 있다"며 "새벽이 다가오면 서서히 하늘로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전갈자리 심장에 해당하는 붉은 별 '안타레스(Antares)'와 화성이 뚜렷하게 보였다. IDA에 의해 최고 등급인 '골드' 하늘로 지정된 곳은 전 세계 22곳으로 대부분 마을과 100km 넘게 떨어진 사막 지역인데, 영양 반딧불이생태공원은 '실버' 등급에 속한다.
"별은 어느 하늘에나 똑같이 있어요. 빛 때문에 못 보는 것 뿐이죠."5년 차인 박 연구사는 어렸을 때부터 별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충북 청주에서 자라 천문학을 전공한 뒤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도시가 워낙 밝기도 하고 사는 게 바쁘다 보니까 보통 땅만 보고 살지, 하늘을 보며 살진 않잖아요. 하늘을 보면서 여유를 가지면 생각을 다잡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별이 많이 보이면 아이들과 얘깃거리가 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지난 2005년 영양 반딧불이천문대가 개관한 이래로 1년에 3만 명 정도의 관람객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이후엔 방문객이 더욱 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사람들이 이런 시골까지 와서 별을 보는 이유를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도시에서 바쁘게 사는 현대인은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조차 없다. 별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때 바쁜 일상도 견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연구사는 "밤하늘을 보호하여 어디서든 별을 볼 수 있게 된다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옛날을 추억하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깨끗한 밤하늘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파"(별을 볼 수 있는) 어두운 밤하늘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거 같아요. (사람에 대한) 혐오증이 생기기도 하고요. 밤의 여러 가지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가 별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젊은 친구들에게 밤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