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민의당에서 열렸던 성희롱 예방 강연시간에 한 초청 강사가 '성희롱을 당하면 참고 넘어가는 것이 미덕 아니겠는가'라는 식으로 발언한 것 때문에 박지원 원내대표가 사과한 것이 며칠 전의 일이다.
연합뉴스tv
성범죄 예방교육은 어떤가. 성범죄의 원인은 피해자의 탓이라고 가르친다. 지난 5일, 국민의당에서 열렸던 성희롱 예방 강연시간에 한 초청 강사가 '성희롱을 당하면 참고 넘어가는 것이 미덕 아니겠는가'라는 식으로 발언한 것 때문에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사과한 것이 며칠 전의 일이다.
교육부가 발행한 성교육 표준안에는 성폭력 예방책으로 '이성 친구와 단둘이 집에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친구들끼리 여행가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성희롱은 피해자가 참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하지 않으면 될 일이고, 성폭력의 예방책은 집에 단둘이 있더라도, 여행을 간 사람을 성폭행하지 않으면 된다.
'Girls need a prince'에서 'Girls do not need a prince'로 변화하는 것. 여자의 말을 왜곡하지 않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묻는 것. 잘못되어 왔던 일을 되잡는 행동이다. '문제'는 당연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이 작업을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불편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당연시되어 왔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대개 그 일 피해를 보거나 억압받았던 사람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낄 일이 없다. 체제 속에 있기에 피해를 볼 일이 없다. 문제는 밖에 있는 사람들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희생된다는 점이다. 가령 권력의 문제로 일어나는 성희롱을 '분위기를 띄우는' 수단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말을 들은 피해자는 자신을 다독거리며 참고 지나간다. 성희롱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에서 피해는 이어진다.
문제를 덮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같이 찾는 것이 해결하는 것이다. 여자에게는 왕자가 필요하다고 가르치고 성범죄의 원인이 너의 옷차림에 있다고,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피해자의 태도가 문제라는 사회를 바꿔보자는 것일 뿐인데 무엇이 그렇게 문제인가.
불편하다고 왜 난리냐고 무시하기 전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여기는 '사람'이 사는 사회가 아니던가. '사람은 경청할 줄 아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그 오래되고 당연한 이야기가 왜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 걸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1
공유하기
'더는 왕자가 필요 없다'는 말, 왜 안 통할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