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받으랬더니 돌아온 말, "양아치도 아니고..."

[청년 권리지킴이, 청년을 만나다③] 특성화고에서 만난 청소년노동자

등록 2016.08.09 10:26수정 2016.08.0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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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부터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여러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특성화고 노동인권교육을 참관했다. 특성화고 노동인권교육은 각 지역의 근로자복지센터와 시민단체가 함께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인권에 대한 의식과 기초적인 노동법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학교로 찾아가는 특별한 교육이다. 

 노동인권교육을 듣고 있는 학생들
노동인권교육을 듣고 있는 학생들최재성

노동인권교육을 참관하며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최저시급과 주휴수당 등, 자신의 노동 권리와 밀접한 개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했다.

최저시급에 대해서는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주휴 수당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아뇨, 들어본 적 없는데요. 주말에 근무하면 받는 수당인가요?"라며 되물었다.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주휴수당에 대해 처음 듣거나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언론에 많이 노출되었던 최저시급에 대해서는 많은 학생들이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주휴수당은 생소한 개념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학생들의 노동실태에서도 최저시급을 위반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음으로,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았다.

"양아치도 아니고 그런 걸 어떻게 달라고 해요"

학생들에게 직접, 또는 노동인권교육 강사를 통해 너무나도 작고 자잘한 부당행위들이 만연한 청소년 노동실태를 접할 수 있었다. 치킨집에서 일한 학생은 지각할 때마다 1만2000원을 지각비로 월급에서 떼였다. 그리고 그 지각한 사이에 주문이 들어오면 3만 원을 벌금으로 또 떼였다.

어느 학생은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는 일을 하다 독한 세제로 인해 손등과 팔에 피부 질환을 얻었으나 치료비도 받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었다. 서빙을 하는 청소년 노동자가 실수로 음료수 병을 깨트렸을 때 판매가로 변상토록하고 월급에서 제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이러한 부당행위에 대해서 청소년들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인권교육에 참여한 한 강사는 강의 중에 "주휴수당을 요구해야하며 자신의 권리"라고 설명할 때 한 학생이 "아이, 뭐 양아치도 아니고 그런 걸 달라고 해요"라고 말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정말 슬펐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낮게 보며 무관심한 소극적 태도는 위 사례의 학생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아니다. 직접 인터뷰한 학생 대부분은 부당한 대우를 겪었을 때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권리침해에 대해 대응하고 회복했던 학생은 단 한명 뿐이었다.


 노동인권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
노동인권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최재성

"별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소지품 검사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하지 않았다. 많은 청소년들이 침해된 자신의 권리에 대해 아무 대응 없이 감수하고 포기했다. '아직 학생이라 어른이 무서워서, 귀찮아서 그저 한 번 재수 없던 걸'로 넘겨버리는 것도 있었지만, 더 심각한 건 부당한 근로조건과 대우를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은 노동법에 대한 지식부족에도 있지만 더 큰 원인은 학교 교육에 있다.

 노동인권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
노동인권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최재성

7월 13일에 서울 청소년 직업진로박람회에 참여하여 청소년들의 노동인권감수성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을 진행했다. 그리고 과반이 넘는 많은 학생들이 "마트나 편의점에서 직원에 의한 도난 방지를 위해 직원의 가방 검사를 하는 건 당연하다"라는 조항에 "그렇다"고 답하는 것을 보았다.

청소년들은 명백히 자신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미 이전부터,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부당함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부당함이 교육되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떠드는 학생의 의자를 발로 차며 조용히 시킨다. 학생을 지칭할 때 '새끼'라고 부른다. 학생들을 너무나도 쉽게 통제의 대상으로 치부한다. 학생 개개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학교 행사에 동원한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통제자는 선생님에서 사장님으로,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은 야근으로, 학교에서의 학생인권침해는 사업장내 노동인권침해로 변화할 뿐이다. 학생이자 노동자는 대면한 변화 사이에서 어떠한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기 힘들다.

청소년들은 권위에 대한 복종과 친구와의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을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부당함을 감수하는 것은 착함 또는 인내심이라는 덕목으로 칭찬받는다. 나는 결코 교사 개개인의 인성이나 자질에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교육 환경과 구조를 지목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바람
청소년들의 바람최재성

"인권 감수성은 반복해야하는 연습이고 훈련이다"

"현재 학교 교육에는 학생들이 노동자성을 자각하고 노동권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부당함에 맞서 대응할 수 있는 용기를 전파하려고 노력합니다."

노동인권교육을 참관하며 만난 일곱 분의 강사들에게 직접 만난 청소년들의 노동인권교육의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질문했다.

노동인권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며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 유승현 강사는 학교와 사회에 대해 지켜야하는 의무만을 강조하며 정작 학생 자신의 권리를 가르치는 데는 인색한 학교 교육을 비판했다. 그리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체 교육과정 중에 학생·노동 인권과 관련한 수업은 고작 1~2시간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김은선 강사는 노동인권교육이 학교에서의 이론 교육으로 끝나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결국 일터에서 환경의 개선과 함께 이루어져야한다. 이러한 현장의 개선 없이 성인 노동자들도 하기 힘든 부당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학생·예비 노동자들에게 의무처럼 강조하는 것은 청년세대에게 또 다른 '노력'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일곱 명의 강사가 모두 동일하게 지적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노동인권교육이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등 자신의 권리에 대한 교육은 반복적으로 실습적인 내용으로 전달되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당연하게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할 교육을 시민단체가 개별적으로 학교와 접촉하며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학생인권과 노동인권은 분리될 수 없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학생은 더 이상 학생으로만 남아있기 힘들다. 치솟는 등록금과 생활비로 인해 학업을 위해서라도 돈을 벌거나 빚을 져야 한다. 더 이상 학생과 노동자가 분리될 수 없다. 그리고 학생인권과 노동인권 역시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학생의 노동은 성인 노동에 비해 낮잡아 여겨진다. 흔히 알바 노동자를 '알바생'이라고 부르는 것도 알바를 일종의 부업으로, 동시에 알바 노동자를 용돈벌이를 위한 학생들로 여기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학생이며 노동의 목적이 용돈벌이일지라도 그들의 노동 가치가 무시받아서는 안된다.

가장 처음으로 찾아갔던 한 학교에서의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2학년인 한 학생으로부터 노동상담 신청이 접수되었다. 그 학생은 지난 방학에 알바를 했는데 70여만원의 임금을 체불된 상황이었다. "우리동네노동권찾기"에서 노무사와 함께 학교로 찾아갔지만, 만나기로 예정된 시간에 그 학생은 나타나지 않았다.

당사자가 거부의사를 표현했음으로 더 이상 우리가 먼저 다가갈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그 학생이 미지급된 임금을 받고 침해된 자신의 권리를 회복했길 바란다. 하지만 앞서 말한 '불편함'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권리를 포기했을지를 생각하면 씁쓸하다.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최재성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우리동네노동권찾기최재성

'서울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는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당한 부당 노동행위와 노동인권침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그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기초적 상담을 실시한다. 지난 5월 23일 부터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년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우리동네노동권찾기(이하 우동)'라는 비영리 시민단체에 배치되어 지역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우동'은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청년 권리지킴이와 함께 청년 알바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우리동네노동권찾기 #특성화고 #노동인권 #노동인권교육 #권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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