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 JC에서 경주 IC 방향 1㎞ 지점을 달리던 관광버스에 불이 나 10명이 사망했다. 사고 버스가 처참하게 불에 탄 모습.
연합뉴스
최근에 봉평터널 사고와 울산 관광버스 사고로 버스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운전자의 과실만 성토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운전자들의 장시간 노동실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교통사고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 글은 버스·화물업의 장시간 노동 실태와 해외의 운전시간 규제 사례를 살펴보면서 도로교통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는 장시간 노동문제의 해소 방향을 제시해보도록 한다.
교통사고 유발하는 버스·화물의 장시간 노동실태 한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2015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버스 노동자들의 월 근로일수는 20.3일, 1일 평균 근로시간은 11.6시간, 월 평균 노동시간은 235.7시간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1일 2교대가 아닌 격일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은 1일 16~18시간 근무를 월 14~15일씩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구속시간(출근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휴게 시간을 포함한 근로자의 근무 시간)까지 합치면 월 300시간 가까이 된다. 이렇게 1일 16~18시간씩 장시간 근무가 가능한 이유는 운수업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만 하면,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명시된 연장근로에 대한 특례로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버스업의 장시간 근무는 근본적으로 인력부족에서 야기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시내버스의 대당 인원은 1.97명이며 농어촌버스는 1.33명, 시외버스는 1.32명, 고속버스는 1.48명에 불과하다. 모든 버스업종에서 대당 고용인원이 2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당 고용인원이 2명도 안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교대근무가 쉽지 않은 것이다. 교대근무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버스 노동자들은 초과나 연속근무에 내몰리면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화물업종 또한 장시간 노동이 만연되어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 자료에 의하면 2014년 4/4분기 기준으로 일반화물 운전자들의 일평균 근로시간은 13.6시간이고 월평균 운행일수는 23.8일이어서 월 근로시간이 323.7시간(13.6*23.8)에 달했다. 더욱이 화물자동차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통행요금 50% 할인혜택과 보다 빠른 운행을 위해서 심야운행을 주로 하고 있어서 근로시간 압박이 더하다.
화물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주된 이유는 운임이 낮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운임이 자율화되면서 운임이 거의 오르지 않았고 지금의 수입을 유지하려면 물량을 하나라도 더 배송해야 한다. 낮은 운임을 물량배송 횟수로 만회하면서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운임이 계속 정체되는 이유는 화물차가 수급불균형이기도 하지만 도로운송 공급사슬체계 극단에 있는 화주, 물류·유통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비용인 운임 인상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송업체와 주선업체들 또한 지입료와 알선료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운임에 관심이 없다.
문제는 버스와 화물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피로누적에 의한 졸음운전과 반응속도 저하 등을 야기하면서 교통사고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최근 5년 간(10년∼14년) 연 평균 약 3만 건에 이르는 화물차 사고가 발생했으며 매년 약 1200명 정도가 사망하고 4만 5천 명 정도가 부상을 당하고 있다.
버스의 교통사고 또한 2014년 기준으로 발생건수는 8645건이고 사망자수는 185명, 부상자수는 1만4735명에 이른다. 연간 9천 건 정도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1만 5천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고 운전자 본인이 처리하는 교통사고 자부담 관행을 고려한다면 실제 버스 교통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책임 사슬 원칙' 따라 운전시간 규제하는 해외 해외에서는 도로교통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장시간 운전을 사회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우선 호주에서는 중대형차량법(Heavy Vehicle National Law, 이하 HVNL)을 통해서 최대 노동시간과 최소 휴식시간을 규정하고 4.5톤 이상 화물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가 피로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특히 호주의 HVNL은 책임의 사슬(chain of responsibility) 원칙에 근거해서 도로운송 공급사슬에 관여를 하는 모든 단위들에게 노동과 휴식시간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즉 도로운송 공급사슬체계를 구성하는 대기업 화주, 물류회사, 주선업체, 운송회사 등에게도 운전시간 규제 위반 책임을 부가한 것이다. 운전시간 규제 위반과 관련된 법인(회사)에게는 개인에 부과한 금액보다 최대 5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책임의 사슬 원칙을 적용하고 나서 호주에서는 피로에 의한 사고건수가 줄었고 대형차량 사고로 인한 사망건수도 감소했다. 이 뿐만 아니라 호주는 도로안전운임법(Road Safety Remuneration Act 2012)을 제정해서 화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운임 등을 사회적으로 규제하기도 했다. 화물 노동자들의 경제적인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운전시간 규제의 효과도 극대화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했던 것이다.
유럽연합에서는 운행시간 제한 및 휴식시간 의무를 규정한 (EC) No. 561/2006을 통해서 운전시간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규칙에 의해서 여객과 화물 모두 1일 운행시간은 9시간을 초과하면 안 되며 최대 4시간 30분의 운행시간 후에는 45분의 휴게시간이 반드시 배치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