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시간' 어기면 사장에 벌금, 이 정책 절실하다

[주장] 늘어나는 대형 교통사고... 버스·화물 노동조건 개선돼야 안전 보장된다

등록 2016.10.18 17:32수정 2016.10.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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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 JC에서 경주 IC 방향 1㎞ 지점을 달리던 관광버스에 불이 나 10명이 사망했다. 사고 버스가 처참하게 불에 탄 모습.
지난 1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 JC에서 경주 IC 방향 1㎞ 지점을 달리던 관광버스에 불이 나 10명이 사망했다. 사고 버스가 처참하게 불에 탄 모습. 연합뉴스

최근에 봉평터널 사고와 울산 관광버스 사고로 버스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운전자의 과실만 성토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운전자들의 장시간 노동실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교통사고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 글은 버스·화물업의 장시간 노동 실태와 해외의 운전시간 규제 사례를 살펴보면서 도로교통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는 장시간 노동문제의 해소 방향을 제시해보도록 한다.

교통사고 유발하는 버스·화물의 장시간 노동실태 

한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2015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버스 노동자들의 월 근로일수는 20.3일, 1일 평균 근로시간은 11.6시간, 월 평균 노동시간은 235.7시간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1일 2교대가 아닌 격일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은 1일 16~18시간 근무를 월 14~15일씩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구속시간(출근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휴게 시간을 포함한 근로자의 근무 시간)까지 합치면 월 300시간 가까이 된다. 이렇게 1일 16~18시간씩 장시간 근무가 가능한 이유는 운수업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만 하면,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명시된 연장근로에 대한 특례로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버스업의 장시간 근무는 근본적으로 인력부족에서 야기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시내버스의 대당 인원은 1.97명이며 농어촌버스는 1.33명, 시외버스는 1.32명, 고속버스는 1.48명에 불과하다. 모든 버스업종에서 대당 고용인원이 2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당 고용인원이 2명도 안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교대근무가 쉽지 않은 것이다. 교대근무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버스 노동자들은 초과나 연속근무에 내몰리면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화물업종 또한 장시간 노동이 만연되어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 자료에 의하면 2014년 4/4분기 기준으로 일반화물 운전자들의 일평균 근로시간은 13.6시간이고 월평균 운행일수는 23.8일이어서 월 근로시간이 323.7시간(13.6*23.8)에 달했다. 더욱이 화물자동차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통행요금 50% 할인혜택과 보다 빠른 운행을 위해서 심야운행을 주로 하고 있어서 근로시간 압박이 더하다.


화물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주된 이유는 운임이 낮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운임이 자율화되면서 운임이 거의 오르지 않았고 지금의 수입을 유지하려면 물량을 하나라도 더 배송해야 한다. 낮은 운임을 물량배송 횟수로 만회하면서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운임이 계속 정체되는 이유는 화물차가 수급불균형이기도 하지만 도로운송 공급사슬체계 극단에 있는 화주, 물류·유통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비용인 운임 인상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송업체와 주선업체들 또한 지입료와 알선료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운임에 관심이 없다.


문제는 버스와 화물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피로누적에 의한 졸음운전과 반응속도 저하 등을 야기하면서 교통사고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최근 5년 간(10년∼14년) 연 평균 약 3만 건에 이르는 화물차 사고가 발생했으며 매년 약 1200명 정도가 사망하고 4만 5천 명 정도가 부상을 당하고 있다.

버스의 교통사고 또한 2014년 기준으로 발생건수는 8645건이고 사망자수는 185명, 부상자수는 1만4735명에 이른다. 연간 9천 건 정도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1만 5천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고 운전자 본인이 처리하는 교통사고 자부담 관행을 고려한다면 실제 버스 교통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책임 사슬 원칙' 따라 운전시간 규제하는 해외 

해외에서는 도로교통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장시간 운전을 사회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우선 호주에서는 중대형차량법(Heavy Vehicle National Law, 이하 HVNL)을 통해서 최대 노동시간과 최소 휴식시간을 규정하고 4.5톤 이상 화물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가 피로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특히 호주의 HVNL은 책임의 사슬(chain of responsibility) 원칙에 근거해서 도로운송 공급사슬에 관여를 하는 모든 단위들에게 노동과 휴식시간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즉 도로운송 공급사슬체계를 구성하는 대기업 화주, 물류회사, 주선업체, 운송회사 등에게도 운전시간 규제 위반 책임을 부가한 것이다. 운전시간 규제 위반과 관련된 법인(회사)에게는 개인에 부과한 금액보다 최대 5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책임의 사슬 원칙을 적용하고 나서 호주에서는 피로에 의한 사고건수가 줄었고 대형차량 사고로 인한 사망건수도 감소했다. 이 뿐만 아니라 호주는 도로안전운임법(Road Safety Remuneration Act 2012)을 제정해서 화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운임 등을 사회적으로 규제하기도 했다. 화물 노동자들의 경제적인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운전시간 규제의 효과도 극대화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했던 것이다.

유럽연합에서는 운행시간 제한 및 휴식시간 의무를 규정한 (EC) No. 561/2006을 통해서 운전시간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규칙에 의해서 여객과 화물 모두 1일 운행시간은 9시간을 초과하면 안 되며 최대 4시간 30분의 운행시간 후에는 45분의 휴게시간이 반드시 배치되도록 했다.

 터미널 고속버스 모습.
터미널 고속버스 모습. 최규화

연속 휴식 시간(근무와 근무사이)은 최소 11시간이어야 하며 주 운행시간은 56시간을 초과하면 안 되도록 했다. 유럽연합도 이러한 운전시간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심각성에 따라서 사업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회원국별로 차량운행을 정지시키거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도록 했는데 유럽연합 또한 책임의 사슬 원칙을 적용하고 있었다. 

미국은 근로시간 제한규정(HOS, Hour-of-Service)을 통해서 버스와 화물의 운전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화물 운전자는 10시간 휴식 후, 1일 최대 11시간 운전이 가능하며 14시간 이상의 근로는 할 수 없다. 버스 운전자는 8시간 휴식 후, 1일 최대 10시간 운전이 가능하며 15시간 이상의 근로는 할 수 없게 했다.

미국도 책임의 사슬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데 2015년 11월 27일에 연방운수차량안전국(FMCSA)이 상업용 화물 및 버스 운전자들에게 연방 안전 규정 위반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보호할 수 있는 최종시행규칙을 발표한 것이다. 운전자들의 규정위반을 강제할 수 있는 운송업체, 화주, 수하인, 운송중개업자 등에게 상업용 차량의 안전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해외의 운전시간 규제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해외에서는 1일, 1주일, 근무와 다음 근무 사이 등 다양한 기간으로 운전 및 휴식 시간 규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둘째, 운전시간 규제 제도 위반에 대한 처벌과 제재수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책임의 사슬 원칙에 따라 운전자들의 장시간 운전을 압박하고 강제하는 운송업체뿐만 아니라 대기업 화주, 주선업자 등 도로운송 공급사슬체계를 구성하는 전반에까지 책임을 부과하고 있었다. 셋째, 운전시간 규제에 있어서 노동자들의 경제적인 조건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개선하지 않으면 운전시간 규제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도로교통 안전 위해선 장시간 노동 요인부터 개선해야 

해외에 비하면 한국의 운전시간 규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며 그들이 견지하는 책임의 사슬과 같은 원칙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국은 지난 10월 4일에 버스에 한하여 4시간 운전 후 30분 휴식을 부과하는 정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는 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해외의 운전시간 규제제도와 비교하면 너무나 미약하다.

그리고 한국은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에게만 처벌과 제재가 집중되는 반면에 운송업체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뿐만 아니라 운전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화주나 대기업 물류회사 등에 대해서도 전혀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교통사고를 내고 싶거나 장시간 운전을 원하는 노동자는 아무도 없음에도 교통사고 발생으로 인한 책임과 비난은 모두 운전자들의 몫인 것이다. 

그러므로 버스·화물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전시간 규제가 강력하게 실시되어야 하며 장시간 노동을 야기하는 구조적인 원인도 개선되어야 한다. 운전시간 규제 제도가 합리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운전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압박하는 운송업체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과 화주들에 대한 처벌과 제재가 가중되어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운전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압박하는 경제적인 조건까지 개선할 수 있는 정책도 실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실시될 때 버스·화물의 운전시간 규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표준운임제 도입, 지입제 폐지 등을 주장하면서 10월 10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국민들의 교통안전을 쟁취하기 위해서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시행하려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화물업종의 수급조절제도를 폐지하여 수급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화물 노동자들은 물량배송을 위해서 더 많은 경쟁을 해야 하며 장시간 노동에 더욱 내몰린다는 것이다. 결국 도로교통 사고가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운수업의 장시간 노동을 사회적으로 규제하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4·16 세월호 참사가 매년 도로교통에서 벌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영수 기자는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교통사고 #버스 #관광버스 #화물 #장시간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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