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건에서 보일 재벌들의 답변 예상

[조훈 교수의 법 이야기3]

등록 2016.11.29 13:44수정 2016.11.2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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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건에 연루된 재벌들이 뇌물죄의 공범이 될 것인지 아니면 협박, 강요죄의 피해자가 될 것인지 여러분도 예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뇌물죄의 공범이 되려면 뇌물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하였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 부정한 이득을 챙겼어야 합니다.

언론에 나타나기로는 몇몇 재벌의 경우 뇌물을 제공하고 부정한 이득까지 챙긴 것으로 확인된다지만 정작 재판에서 어떻게 인정될 것인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왜냐구요? 재판에서 그리고 그 전 단계의 조사에서 재벌들이 뇌물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미르재단이나 K-sports 재단에 출연하고 기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부정한 이득으로 보이는 것들도 전부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른 우연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면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재벌들이 청와대 그 자체에 의하여, 재단으로의 출연이 없다면 각종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협박을 받아 원하지 않던 재단 출연을 하고 생각도 하지 않던 승마라는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공갈 범죄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면 정 반대의 결말이 나타나겠지만 이제까지 경험에 의하면 그런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면 우선 사건을 파악하기 위한 가설을 만들고 그 가설이 맞는지 검증을 해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재벌 총수라고 치고 꽤 큰 액수의 뇌물을 전달하려고 하면, 최소한 그룹 내부에서 제대로 준비하여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사항은 미리미리 제거하여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뇌물로 제공되는 자금은 일반적인 회계자료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제일이겠고 나타난다고 해도 다른 명목으로 처리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뇌물의 대가로 무엇인가를 받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일반적인 그룹 경영에 있어서 나타난 정말 우연한 호기(好期)가 아니고 미리 받을 것을 준비할 수 있었던 혜택으로 나타났을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분이 재벌 총수이고 공갈 범죄의 피해자라면, 뇌물로 제공되는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도 그렇고 뇌물을 제공하는 과정도 깔끔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뭐 담당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므로 그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하여도, 회계처리 과정에서의 세세한 차이점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번 출연이 강요된 상황의 결과물이 아니라면 재벌들은 문제가 된 출연액을 포함한 일정 금액의 출연을 꾸준히 추구하였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승마라는 종목에의 출연이 강요된 상황이 아니었다면, 승마를 포함한 스포츠 전반에 대한 재벌들의 도움은 전체 재무제표에서 일정한 비율로 구성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승마 종목이 틈새시장으로 보였고 무조건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재벌들이 서로 말을 맞춘다고 하려면, 문제가 된 출연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 관리 및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었어야 합니다.


만약 재벌 여러분들에게 국내 형법학의 발전을 위해 1억원씩만 기부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묻지 말고 나중에라도 지출관련 증빙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 재벌 여러분들은 이에 응하시겠습니까?

뭐 최순실 일가의 사기 행각에 속았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러 재벌들이 동시에 사기를 당하려면 정말 사기꾼이 둘러대는 내용이 그럴 듯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이 서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저 믿었을 뿐이라면 이제 한국 형법학의 미래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그냥 믿으셔야 합니다.

청와대에서 제시한 한국 문화 및 스포츠의 너무나도 밝은 미래라는 숭고한 가치를 위해 재벌들 입장에서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을 금전 출연의 형태로 참여한 것이라면, 1. 그 금전 출연의 결과를 소수가 독점하기 위한 의도였는지 아니면 2. 금전 출연이라는 희생을 토대로 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의도에서였는지 밝혀야 할 것입니다.

전자라면 왜 그렇게 수익성이 높을 사업에 일부 재벌들만 초대되었다는 상황 자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는지요? 국민들도 거기에 동참할 수 있게 사업계획서도 미리미리 제시하고 그 사업에 동참하기를 희망하는 국민들도 자본참여할 수 있는 국민기업으로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반대로 후자의 경우라면 재벌 여러분의 재무제표에 그와 같은 내용으로 회계처리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그 희생이 한 해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어야 할 것인데 이를 위해 관련 주주들의 동의와 승인도 뒤따랐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전두환으로부터 받았다는 6억이 어떻게 환원될지 들은 바가 없습니다. 혹시 이 돈도 이자를 포함하여 최순실의 미르재단이나 K-sports 재단으로 흘러들어간 것입니까?

그것은 환원이라고 하기 어렵지요. 투자 목적으로 그리 흘러들어갔다면, 투자와 환원은 정말 정반대 개념이라고 얘기해야 합니다. 아니면 6억원은 아직 그리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그럼 그 돈 또는 돈이 투자된 부동산 등은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요?

대부분 사람들은 그 돈이 최순실 일가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돈을 환원시킬 사람은 최순실 일가로 여겨집니다.

재벌들의 출연이 이 사건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는 한국 재벌들이 너무 똑똑하니까요. 재벌들로 하여금 출연하게 시킨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면 재벌 출연과 관련된 실무자들의 제대로 된 해명이 결국 재벌들을 온전히 존재케 할 것입니다.
#최순실 #재벌 #전두환 6억원 #투자 #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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