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청 앞에서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던 중 율동을 추고 있다.
이준서
도봉실버센터의 안정적인 운영과 노동자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도봉실버센터분회 노조원들은 44일째(2017년 5월 16일 기준)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노조원들은 관리 책임이 있는 도봉구청이 각성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휴먼시뮤리티인터내셔널(HSI)는 안전한 시설 운영과 직원들과의 신뢰를 위해 소통하고 약속한 노동조합에 대한 지원을 하길 요구하고 있다.
도봉실버센터는 원래 밀알복지재단에서 도봉구청으로부터 위탁 운영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적자를 기록하자 도봉구청에서 감사를 진행했고, 결국 도봉구청은 HSI로 위탁업체를 바꾼다.
도봉실버센터를 운영하는 재단이 밀알복지재단에서 HSI로 변경되며 노동자들은 고용과 처우에 대한 불안을 느껴 노동조합을 창립했다. 도봉실버센터는 노동조합의 활동협조를 위해 노동조합 전임자 발령을 내고 사무실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던 중 도봉실버센터는 노동조합의 면담요청을 거부하더니 3월 21일에 노동조합 조직부장인 정진수 조합원을 본인 동의 없이 다른 시설로 발령 내고 퇴직 처리했다.
이에 맞서 노동조합은 4월 3일부터 도봉실버센터 앞에서 부당발령, 노조탄압 규탄 집회를 시작했다. 이후 4월 13일부터는 도봉실버센터를 위탁한 도봉구청의 적절한 관리·감독을 요구하면서 도봉구청 앞으로 집회장소를 옮겼다. 해당 시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도봉구청 '노인장애인과'와 면담을 진행했지만 "경과를 알려주겠다"라는 설명만 들었다. 이후 도봉구청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노동조합은 '도봉구청은 주민들의 적절한 시설 이용을 위해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의무가 있지만, 노사 간 합의할 일이라고 밝힌 사이 HSI는 약속파기, 노동조합 간부 불법해고를 자행했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HSI는 노조에 '되레 명예훼손이라면서 협박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HSI와 도봉구청의 무책임한 태도는 어르신의 건강한 노후와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더욱 힘들게 하며, 노동조합에 대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다.
44일동안 지속된 도봉실버센터 노동자들의 투쟁기록을 정리해보았다.
1월 06일 - 노동조합 창립총회 시작
1월 23일 - 도봉실버센터 면담. 노동조합활동 협조 요청
2월 27일 - 도봉실버센터 면담. 전임자 발령 및 노조사무실 보장 약속
3월 21일 - 노조 조직부장 정진수 조합원 부당발령(이후 퇴사처리). 조합원 2인 사업장 변경 포함 부당 보직변경
3월 28일 - 노동조합 전임자 약속을 파기
4월 03일 - 도봉실버센터 앞 부당발령/노조탄압 규탄 집회 시작
4월 13일 - 도봉구청 앞 관리감독 촉구 집회 시작(이후 도봉구청 및 도봉실버센터 앞 중식집회 매일진행)
4월 20일 - 도봉구청 노인장애인과 면담
5월 06일 - 도봉실버센터 어버이의 날 행사 맞아 선전물 배포
5월 10일 - HSI 법인 이사장 근무 KC 대학 앞 집회 진행
5월 16일 현재 투쟁 44일차 집회 진행도봉실버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현재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불안정한 고용 속에 사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주요국의 연령대별 경제 활동 참가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낮다. 특히 30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여성 고용률이 남성을 앞지르거나 엇비슷한 시기는 20대가 유일하고 출산, 육아 부담을 받는 30대의 고용률은 54.4%로 대폭 떨어진다. 이후 40대에 어느 정도 아이를 키워놓고 여성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혹은 자아실현을 원하는 마음에서 다시 취업 전선에 들어간다.
그러나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은 주로 임금 수준이 낮고, 사회보험에 대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일자리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웬만한 경력직 여성이 아닌 이상 경력단절 후 재취업하려는 여성이 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레 저임금으로 이어진다.
통계청의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를 보면, 경력단절 이전인 25세 이상 30세 미만 여성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38.2% 수준이지만, 경력단절 이후인 40대 여성의 비정규직 비중은 61.6%로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낮은 임금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학습지 교사(대졸자의 경우에만 해당), 백화점이나 마트 등 유통업체 캐셔, 간병, 청소, 콜센터, 학교급식 등이다. 주로 여성 노동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임금이 낮게 형성되어 있으며 요양 노동자도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편견과 함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 문제가 비단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HSI 측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한다면 노사갈등으로 노동자들이 열의를 가지고 온전히 노동에 집중을 가질 수 없게 되고, 이렇게 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도봉실버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도봉구청은 주민들의 원활한 복지서비스 이행을 위해서라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실제로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됨으로써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5월 <중앙일보>에 소개된 '다솜이재단'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다솜이재단은 사회서비스 전문 사회적 기업으로, 보육·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솜이재단은 환자들로부터 만족도가 매우 높은데, 그 이유는 바로 간병인들로는 보기 드물에 신분과 수입이 안정된 정규직이라는 데 있다. 다솜이재단에 속한 간병인 639명 중 근속 2년이 넘는 정규직이 467명에 달하며, 입사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자동전환된다. 4대 보험도 적용되며 정년은 62세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만족도도 높아 이직률이 2.4%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의 만족은 자연스레 서비스 이용자들의 만족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다솜이재단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는 지난 5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환자실에서 개인 간병인을 쓰다가 공동 간병실로 옮긴 뒤 서비스가 훨씬 좋아졌다. 개인 간병인은 24시간 내내 붙어 있지만 사소한 걸 요청해도 잘 들어주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된다면 노동자들이 노동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고, 이는 필히 서비스 질 개선과 서비스 이용자들의 만족으로 이어진다. 도봉구청이 도봉실버센터를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관리 감독을 확실히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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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실버센터' 노조 만들었다고 해고?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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