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일기(3) "누가 편의점을 '꿀 알바'라고 했는가?"

등록 2017.06.12 15:07수정 2017.06.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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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면 계속 늘어나는 일, 일, 일!

나에게 있어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는 필수였다. 대학 4년 동안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배달 알바, 백화점 물품 상하차,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 등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오전 7시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오픈을 위해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다. 매장이 좁다 보니 가게 문을 닫을 때 모든 물품을 매장 안에 넣어두고 문을 닫는다. 이 물건들을 분류해서 밖으로 꺼낼 것은 꺼내고 진열할 것은 진열하는 것이 제일 처음 하는 일이다."
"오전 7시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오픈을 위해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다. 매장이 좁다 보니 가게 문을 닫을 때 모든 물품을 매장 안에 넣어두고 문을 닫는다. 이 물건들을 분류해서 밖으로 꺼낼 것은 꺼내고 진열할 것은 진열하는 것이 제일 처음 하는 일이다."flickr.com

이전에 하던 알바 자리가 회사 사정상 없어지면서 나는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했다. 당시 대학 4학년이고 저녁에는 조별 과제와 공부시간 등을 보장하기 위해서 새벽 혹은 아침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다. 마침 학교 기숙사에 아르바이트 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고 바로 지원했다.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였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면 되겠다 싶어서 누가 채가기 전에 바로 지원을 했다. 한편으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서 편하고 쉬운 '꿀 알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꼭 일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다행히 점주님으로부터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냐는 연락을 받고 바로 편의점으로 출근을 하였다. 기숙사가 오전 1시부터 통금이기에 24시간 하는 편의점이 아니었고, 내가 아침에 출근해서 오픈하는 편의점이었다. 아르바이트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6시간, 기숙사라 그런지 일거리가 많은 편이어서 오전 9시부터는 다른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함께 일했다.

"과자 좀 채우고 가" 기운 빠지는 말

 "사장님이 말했다. "물건 정리 다 했으니까, 오후에 하는 과자 채우는 것 좀 하고 가." 결국 그 날은 오버타임을 해서 일을 해야 했다. 당연히 쉴 틈은 없었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나의 노동 의욕이 꺾였던 날이었다."
"사장님이 말했다. "물건 정리 다 했으니까, 오후에 하는 과자 채우는 것 좀 하고 가." 결국 그 날은 오버타임을 해서 일을 해야 했다. 당연히 쉴 틈은 없었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나의 노동 의욕이 꺾였던 날이었다."리틀빅픽쳐스

오전 7시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오픈을 위해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다. 매장이 좁다 보니 가게 문을 닫을 때 모든 물품을 매장 안에 넣어두고 문을 닫는다. 이 물건들을 분류해서 밖으로 꺼낼 것은 꺼내고 진열할 것은 진열하는 것이 제일 처음 하는 일이다.


이렇게 물건을 정리한 다음 하는 일은 청소와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그러고 나서는 음료 채우기와 우유 정리. 정신없이 그 일을 하고 있으면 오전 10시쯤 과자와 라면이 들어온다. 과자와 라면을 정리하면 김밥과 도시락, 빵이 들어와 정리를 하면 한시가 되어 하루 일이 끝난다.

기숙사 내 편의점이라 이용하는 고객도 엄청 많다. 그렇다 보니 물건은 당연히 많이 들어온다. 조그마한 편의점에서 2명이 일을 하는데도 엄청나게 들어오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으면 앉아서 쉴 틈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일을 한 지 한 달이 넘어 두 달 정도 되니 일이 조금 능숙해져서 물건을 빨리빨리 정리하면 퇴근 시간 전에 물건 정리가 얼추 끝나서 조금이라도 쉬려고 해보았다. 그리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물건이 그나마 조금 들어오는 날이라 빨리빨리 움직이면 퇴근하기 전에 물건 정리를 끝내고 상품 계산만 하면 되어서 조금 여유 있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일이 익숙해져서 30분 일찍 물건 정리를 마친 날, 퇴근 전 조금은 여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낮 12시쯤 오시는 사장님이 말했다. "물건 정리 다 했으니까, 오후에 하는 과자 채우는 것 좀 하고 가." 결국 그 날은 오버타임을 해서 일을 해야 했다. 당연히 쉴 틈은 없었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나의 노동 의욕이 꺾였던 날이었다.

주말 아르바이트 분이 멀뚱멀뚱 일을 안 한다는 사장님의 불평을 들었던 나는 그 뒤로도 한 달 동안 쉬는 건 눈치가 보여 생각도 못하고 정신없이 일하다 퇴근해야 했다. 4시간을 일하면 30분의 휴식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편의점은 그런 게 따로 없는 것 같았다.

아침 7시에 출근하려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어나자마자 후다닥 나와야 했다. 평소 아침밥을 잘 먹진 않았지만 아침부터 빡세게 일을 하다 보니 점심까지 배고픔을 참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법에서 보장된 휴식시간(요기를 할 수 있는 시간) 30분이 너무 절실한 것을 몸으로 느끼는 하루하루다.
#편의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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