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 제6차 핵실험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전술핵 반대 4가지 이유이 고위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과연 전술핵을 알고 배치하자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전술핵의 용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면 전술핵 배치를 쉽게 꺼낼 수가 없다"고 갑갑증을 토로했다. 전술핵과 전략핵을 구분하지 못한 채 함부로 꺼낸 주장 아니냐는 비판이다.
그는 "한반도에 전술핵 시대가 도래하면 걷잡을 수 없는 모험이 진행된다"며 "국지전에 사용되는 전술핵 배치 얘기는 함부로 꺼내는 것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마지막 네 번째는 핵무기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탈냉전을 할 때 각국은 전술핵을 폐기했고 진영간 대결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전략핵은 장거리에서 적의 심장부를 가격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지만 전술핵은 국지전에 얼마든지 동원가능하기 때문에 각국이 내린 조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우리가 나서서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열자? 국제사회는 지금 핵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건설인데, 우리가?"라고 거듭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북한에게 전술핵 배치까지 개발할 명분을 주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우발적 상황이 전면전으로 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주겠지…,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의 손에 확실한 카드를 쥐지 않는 한 그 어떤 정부의 주장도 말로만 믿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여당 안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5일 열린 시민단체 토론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동엽 교수 "조건 없는 남북대화 시작해야"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정교한 로드맵 하에서 '마이 웨이(My Way)'를 추구하고 있다"며 "북한이 새로운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감에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는 자기희망과 최면에 빠져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고 대북전략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이어 김 교수는 "북핵 능력 고도화에 따라 동결입구론을 앞세운 동결-비핵화라는 단계론만으로는 북핵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트럼프의 '최대압박과 관여'라는 모순에 동조하고 미국을 설득한다는 한미관계를 우선 고려한 정치적 판단으로 실제 북한을 유인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된 조건에서 비핵화라는 최종목표에 과도하게 함몰되기보다는 군사적, 외교적, 정치적 대응을 동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통치권적 차원의 결단을 통해 근본적인 북핵 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조건 없는 남북대화 개시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유예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주 교수 "북 도발에 감성적 반응 영합은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이남주 성공회대 중국어과 교수도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 교수는 "북한에게는 현재 단순히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결코 매력적인 대안이 아니"라며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행동 논리를 변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없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논리로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단 국내 여론을 관리해가자는 접근은 결과적으로 대북정책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행동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단순히 북의 도발에 감성적 반응에만 영합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일갈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멀지 않아 수구세력에 의해 하이재킹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태에서 사회개혁이 순조롭게 추진될 리도 만무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한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평화협정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며 "당장 시급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 속도를 늦추고, 이를 통해 마련된 초보적 신뢰를 다양한 교류와 협력 사업을 통해 확대시켜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내정치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에서 대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반도 위기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 동맹 일극주의를 버리고 유럽의 정상들과 손잡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호소하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문재인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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