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학생 대다수가 다른 학생을 위장 종교단체로 의심해봤거나, 자기 자신이 위장 종교단체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배민구
종교단체들의 포교활동은 학생들 사이의 불신감으로 이어진다. '응답자 본인이 같은 전남대 학생을 '종교를 포교하려는 사람'으로 의심해본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86%(204명)의 학생들이 '예'라고 응답했다. 혹시 종교단체에 소속된 것은 아닌지 학생들 대부분이 서로를 의심하고 있는 셈이다. 한 응답자는 "학생 한 명이 과에서 무분별한 포교활동을 벌인 후로 과 내부적으로 많은 상처가 남았고 서로 의심하는 분위기도 생겼다"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응답자들은 대학교에 퍼진 불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종교단체들의 '위장'을 꼽았다. 한 응답자는 "포교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자신들이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히지 않는 점이다"라고 응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포교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소속을 밝히지 않아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교단체들이 포교 목적을 숨기고 접근해온 뒤 포교를 진행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 중 누가 포교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평범한 학생들이 서로를 불신하여 발생하는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전남대 사회과학대에 재학 중인 이진아(가명·전남대4·만 23)씨는 연구를 위한 설문조사를 교내에서 진행하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설문조사를 위해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말을 걸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차가웠고 심지어 공격적인 반응도 있어 설문조사를 진행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종교단체들이 교내나 학교 근처에서 설문조사로 위장한 포교활동을 많이 벌이다보니 설문조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나빠진 것 같다"며 종교단체들 때문에 연구 활동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종교단체가 퍼뜨린 불신 때문에 대학교의 주 기능인 학술연구가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무분별한 포교활동은 대학생 문화도 망가뜨렸다. 한 대학생은 "대학 입학 면접이 끝나고 나오는데 한 사람이 중앙동아리에서 나왔다며 설문조사를 부탁했다" "좋은 선배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몇 번 만났는데 갑자기 성경공부를 하자고 해서 연락을 끊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종교단체들이 대학 동아리에까지 손을 뻗친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 동아리에서 신입 부원을 모집하기 어려웠다는 응답도 있었다. 학기 초에 신입 부원을 모집하기 위해 동아리를 홍보해야하는데, 이처럼 종교단체가 대학 동아리까지 사칭하다보니 홍보 자체가 어려웠다고 한다.'응답자 본인이 같은 전남대 학생에게 종교를 포교하려는 사람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고 걱정해본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80%(191명)나 '예'라고 응답하는 전남대의 학생들.
한 학생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할 시기에, 포교 때문에 괜히 다른 학생들을 의심하게 되고 또 의심받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고 위축된다"고 말했다. 믿음을 전파하기 위한 종교단체의 포교활동이 오히려 전남대에 불신만 전파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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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캠퍼스 포교행위... 불신에 빠진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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