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굴뚝이 토해낸 미세먼지..."암 환자가 급증했다"

[미세먼지의 경보, 당신의 건강이 위험하다①-르포] 미세먼지의 도시, 충남 당진을 가다

등록 2017.11.21 15:31수정 2017.11.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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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충청지역 시민기자들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원인과 대안을 집중 취재합니다. 기획 <미세먼지의 경고, 당신의 건강이 위험하다>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충남 당진화력발전소.
충남 당진화력발전소.이희훈

굴뚝에서 피어오른 희뿌연 연기가 바람에 휘날렸다. 시커먼 덩어리가 불에 타면서 만들어낸 기체다. 온 동네가 거무튀튀한 재로 뒤덮였다. 지붕에, 장독대 위에, 빨래에, 감나무에, 들꽃 위에까지. 코를 풀면, 검은 액체 덩어리도 나온다. 이곳에선 흔하디흔한 일이다. 여긴 미세먼지의 도시, 충남 당진시다.

지난 11월 7일 오후, 당진의 하늘은 희뿌옇다. 안개가 낀 게 아니라 미세먼지가 태양을 가린 거다. 자동차에 시동을 켜고 당진시 석문면 방향으로 운전대를 틀었다. 미세먼지 제조기, 화력발전소가 밀집해 들어선 곳이다.

콘크리트 굴뚝이 아니라 거대한 철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765kV 송전철탑이다. 화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끝없이 이어진 철탑을 따라 흐른다. 논밭을 가로지르고 산 넘고 물 건너 서울로 보내진다.

미세먼지도 전기를 따라 날린다. 서울의 밤이 밝을수록 화력발전소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석탄을 태운 재가 한 움큼에서 다발로, 바구니로 늘어나 서울로 날아간다.

765kv 송전철탑은 길잡이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송전철탑을 따라가면 당진화력발전소에 도착하게 된다. 전깃줄을 따라 도로의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굴뚝이 늘어서 광경이 펼쳐졌다.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아홉, 열"

세계 최대 석탄 굴뚝 도시, 암 환자 늘어


 6일 오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송전탑 아래에서 전자파의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설치한 형광등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6일 오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송전탑 아래에서 전자파의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설치한 형광등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이희훈

세계 석탄화력계의 판도가 뒤바뀌었다. 당진에는 10기의 화력발전기가 있다. 9~10호기는 지난해 말 세워진 거다. 두 개의 발전기가 완성되면서 당진화력발전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화력발전소(발전량 6,040MW)가 됐다. 그 전까지는 대만의 타이쭝(Taichung, 발전량 5500MW) 발전소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화력'이란 이름을 '에코'로 위장한 새로운 굴뚝 산업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580MW급 석탄화력 2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명칭은 '당진에코파워 발전소'다. 이렇게 되면 당진 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은 총 7200MW으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굴뚝을 갖게 된다. 이젠 당진뿐만 아니라 서울도 시커먼 재로 뒤덮힐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검은색 석탄가루가 없는 데가 없다. 창틀과 옥상, 집주변에 흔하다. 이러니 (시골에서) 빨래를 해도 밖에 널어놓을 수 없는 지경이다. 석탄분진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당진화력발전소 주변에 사는 임전규(72, 교로2리) 어르신의 말이다. 시커먼 덩어리를 태운 피해가 동네를 삼켰다. 환경부가 집계한 '2013년도 전국 시군구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현황'에 따르면 당진은 오염물질 배출총량 12만 3682톤으로 전국 1위다. 두 번째로 배출량이 많은 포항 남구(배출량 10만 5463톤)보다 17.3%나 높다.

암울한 수치도 나왔다. 1999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뒤부터 지금까지 화력발전소 인근 석문면 교로2리에서 24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다. 13명은 숨지고 11명은 투병 중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지난 2016년 충남지역의 환경성 질환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당진시가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구 10만 명당 연평균 유병자 수가 625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조사결과를 내놓은 명형남 박사는 보고서(충남의 환경성 질환자 실태조사 및 예방·관리 방안 연구)에서 이렇게 썼다.

"대기오염물질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인자는 질소산화물·황산화물·미세먼지다. 미세먼지가 1000톤 증가하면 인구 10만 명당 천식 유병자 수가 약 2.9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성 질환의 유병률을 감소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시키는 대형 점오염원을 집중 관리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원인 '석탄화력' 또 짓는다?

 765Kv 송전철탑 사이로 보이는 충남 당진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765Kv 송전철탑 사이로 보이는 충남 당진에 위치한 화력발전소유종준

다음 장소로 운전대를 틀었다. 당진시 교로3리에서 자동차의 엔진을 껐다. 당진에코파워 건설예정지다. 경고판이 아니면, 황량한 벌판뿐이다. 드문드문 가건물이 보이나 쓸모는 알 수 없다. 건설장비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여긴, 버려진 땅이나 다를 바 없다.

'공정률 10%'

당진에코파워측이 주장하는 수치다. 어느 날 갑자기 발전소 공정률이 높아졌다.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착공 했거나 공정률 10% 미만의 석탄화력은 원전에서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이 같은 수치가 툭 튀어나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소관부서인 산업부 장관의 승인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건설공사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조호행 교로2리 이장은 이렇게 말했다.

"공정률이라고 하면 착공 이후부터 계산해야 맞을 텐데, 당진에코파워는 착공은커녕 인허가도 다 마치지 못했다. 공정률 10%에 이른다는 주장은 억지다."

이젠, 화창한 봄날은 없다. 미세먼지가 전국의 하늘을 뒤덮고 있다. 외출할 때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고,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어플이 인기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날, 야외수업을 계획하거나 운동회를 열었다가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쳤다는 뉴스도 보도됐다.

당진 화력발전소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을 어르신들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발전소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마을에 암 환자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별로 들어보질 못하다가 발전소가 가동된 이후 암 환자가 급증했다. 언제 암 판정을 받을지 몰라 이제는 병원 가기도 두렵다"(임전규, 72세)

"발전소 저탄장에서 날린 석탄 먼지를 털려고 집주변에서 빨래를 하더라도 석탄분진 때문에 밖에 널어놓을 수 없을 정도다"(김승각, 73세)

"석탄분진이 배추에 내려앉아 더 이상 농사짓기 어려운 정도다. 발전소 저탄장과 굴뚝에서 매일 나쁜 물질이 쏟아지는데 제대로 수확할 수 있겠는가?"(임종만, 70세)

#미세먼지 #석탄화력 #당진화력발전소 #당진에코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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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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