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화력발전소.
이희훈
굴뚝에서 피어오른 희뿌연 연기가 바람에 휘날렸다. 시커먼 덩어리가 불에 타면서 만들어낸 기체다. 온 동네가 거무튀튀한 재로 뒤덮였다. 지붕에, 장독대 위에, 빨래에, 감나무에, 들꽃 위에까지. 코를 풀면, 검은 액체 덩어리도 나온다. 이곳에선 흔하디흔한 일이다. 여긴 미세먼지의 도시, 충남 당진시다.
지난 11월 7일 오후, 당진의 하늘은 희뿌옇다. 안개가 낀 게 아니라 미세먼지가 태양을 가린 거다. 자동차에 시동을 켜고 당진시 석문면 방향으로 운전대를 틀었다. 미세먼지 제조기, 화력발전소가 밀집해 들어선 곳이다.
콘크리트 굴뚝이 아니라 거대한 철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765kV 송전철탑이다. 화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끝없이 이어진 철탑을 따라 흐른다. 논밭을 가로지르고 산 넘고 물 건너 서울로 보내진다.
미세먼지도 전기를 따라 날린다. 서울의 밤이 밝을수록 화력발전소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석탄을 태운 재가 한 움큼에서 다발로, 바구니로 늘어나 서울로 날아간다.
765kv 송전철탑은 길잡이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송전철탑을 따라가면 당진화력발전소에 도착하게 된다. 전깃줄을 따라 도로의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굴뚝이 늘어서 광경이 펼쳐졌다.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아홉, 열"세계 최대 석탄 굴뚝 도시, 암 환자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