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브랜드 매장(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wikimedia commons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의류매장에서 판매원으로 2015년 12월부터 1년 6개월간 일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SPA브랜드라고 불린다. SPA브랜드란 유행하는 스타일을 빠르게 생산해 세계 여러 나라 매장에서 판매하는 소매업을 말한다.
한 매장에 대략 스물다섯 명이 함께 일했다. 매니저는 다섯 명이었고 나머지 직원은 모두 판매원이었다. 판매원 중 적게는 3명, 많게는 8명의 인원이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했고 나머지 인원은 일주일에 20~30시간 일하는 파트타이머로 채워졌다.
나는 일주일에 20시간 일하는 파트타이머로 채용됐다. 이 회사의 여러 패션 브랜드 중 남성, 여성, 아동복까지 취급하는 A 브랜드에서 파트타이머로 1년을 일했고, 이어서 여성복만 판매하는 B브랜드에서 풀타이머로 6개월을 일했다(풀타이머는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는 계약직을 말한다). 두 브랜드는 취급품목과 스타일이 매우 달랐지만, 의류판매원으로서 하는 일은 다름이 없었다.
A 브랜드 매장에 입사한 뒤 나는 2주 동안 멘토로부터 교육받았다. 매장 오픈·마감부터 계산 업무와 고객 서비스까지 짧은 시간 동안 모든 업무를 익혀야 했다.
교육을 마친 뒤 매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었다. 매니저는 매장에 고객이 들어오면 큰 소리로 인사하고 눈을 마주친 후 미소를 지으라고 교육했다. 매장의 업무는 시간마다 하는 일이 바뀌는 로테이션 제였다. 업무는 매장 입구, 탈의실, 계산대, 창고로 나뉘어 있었고 그날의 일정표를 보고 시간마다 어떤 근무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입구를 지키는 시간에는 들어오고 나가는 고객을 향해 크고 단정한 목소리로 인사를 해야 했다. 가끔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는 고객도 있었지만 대체로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해도 못 본 체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면 아무리 직원이라지만 내가 사람이 아닌 기계처럼 느껴졌고 무안함에 속으로 욕지거리했다. 일하는 동안 직원은 미소를 머금고 있어야 했다. 언제든 고객과 눈이 마주치면 '난 널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어'라는 분위기를 풍겨야 했다.
탈의실에서는 고객에게 방을 배정한 뒤 고객이 입고 나온 옷을 정리했다. 고객은 사이즈가 마음에 안 들 경우 한 사이즈 작거나 큰 사이즈를 갔다 달라고 직원에게 요구했다. 고객 한 명을 상대하는 동시에 탈의실에서 해야 하는 일이 밀리지 않게끔 처리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