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혼자 집에 있던 A씨(30, 여)는 지난해 4월 15일 오후 11시쯤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보낸 수십 통의 전화, 문자에 시달렸다. 남성들에게 '성 상대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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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이시네요. 술 마실래요?' 'OO씨가 전화번호 주셨잖아요. 왜 대답이 없으세요?''어디서 만날까요? 얼마에 가능하세요?' 퇴근 후 혼자 집에 있던 A씨(30, 여)는 지난해 4월 15일 오후 11시쯤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보낸 수십 통의 전화, 문자에 시달렸다. 남성들에게 '성 상대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불쾌함이 들기도 전에 공포감이 온몸으로 밀려왔다. 상대 남성들은 그녀의 실명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알고 있었다. 남성들의 연락은 A씨가 휴대전화 전원을 끄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 결혼 정보회사 여러 곳에서도 가입인증 확인 연락이 왔다.
그녀는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이피 주소와 이동 동선 등이 확보됐지만, 마땅히 혐의자가 특정되지 않았다. 의심가는 사람을 되짚어보던 A씨는 사건 당일 벌어진 껄끄러운 일을 떠올린다. 모 항공사 예약 센터를 통해 비행 스케줄을 확인하던 도중 담당 직원과 갈등을 빚은 것.
A씨는 아이피 주소가 해당 항공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동 동선과 함께 항공사 측에 확인을 요청한다. 확인 결과, A씨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람은 항공사 예약센터 직원 B씨였다.
이후 항공사 여객지원담당 상무와 예약영업팀 부장, 차장이 먼저 A씨에게 만날 것을 요청한다. 첫 만남은 지난해 8월 17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항공사 여객지원담당 상무와 예약영업팀 부장, 차장 등이 '회사 안에서 문제를 마무리할 때까지 경찰이나 언론에 알리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B씨 외 다른 직원들까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회사 관계자들의 간청에 A씨는 경찰에 B씨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대신 개인정보 유출자 징계 진행 사항과 재발 방지 대책, 피해자 보상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B씨가 퇴사한 이후 이뤄진 네 번째 만남(9월 16일)에서 회사 측이 돌변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네 번째 만남에서 여객지원담당 상무는 서면 답변은 불가하고, 개인정보 관련 부분은 소관업무가 아니라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100만 마일리지로 보상할 테니 수용할 의사가 있으면 연락하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항공사 관계자는 23일 기자와 통화에서 "고압적이지 않았다. 조직원을 보호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경찰 수사나 언론사에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100만 마일리지 보상'에 관해서는 A씨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으로 당사의 도의적인 책임 부분까지 포함한 최종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더이상 항공사 측과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A씨는 경찰에 B씨가 정보 유출자라고 밝혔다. 이후 경찰 조사가 진행됐고, 지난해 11월 28일 B씨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