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화재단 전경
주영욱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천안시국악단)과 천안시체육회에 이어 천안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에서도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천안시와 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문화재단 직원 A씨는 지난해 10월 'B팀장이 어깨·허리를 감싸고, 손을 잡고, 폭언을 하는 등 성추행·성희롱·막말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며 공식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이에 문화재단은 내부적으로 진상조사를 마쳤지만 B팀장이 지난해 11월 사직서를 제출하자 징계절차 없이 사표를 수리하고, 사건을 일단락 했다. 문화재단에서 징계를 당하지 않고 퇴사한 B팀장은 현재 서울의 한 문화예술인 활동 지원단체에 재취업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단 고위 임원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구본영 천안시장에게 이 사건을 보고했으며, 구 시장은 '원칙대로 처리'와 '재발방지 대책 강구'를 지시했다고 천안시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앞서 A씨는 지난해 5월과 7월에도 'B팀장이 성추행과 인격비하성 막말을 일삼는다'며 문화재단 고위 임원들에게 넌지시 사태해결을 촉구했지만, 이후에도 B팀장의 성추행·성희롱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참다못한 A씨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섰다는 것.
피해자 A씨 지난 8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상습적, 지속적으로 성추행·성희롱을 일삼는 B팀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했지만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면서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지만 B팀장은 '친근감의 표현이었다'는 식으로 둘러대고 도망치듯 퇴사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B팀장의 성추행·성희롱 문제를 제기하자 문화재단 고위 임원들이 오히려 피해자인 나에게 사직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화재단 고위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사직을 종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A씨는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문화예술계에서 재취업하고, 고위직 인사가 가해자를 오히려 두둔하는 집단마취 상태를 고발하기 위해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본 기자는 같은 날 오후 가해자로 지목된 B씨를 만나 A씨의 성추행 등을 제기한 녹취음성을 확인했다. B씨는 "팔꿈치로 툭툭 치거나 어깨를 토닥이는 등의 '터치'를 했던 것은 사실이고, 피해자가 거부의사를 표명한 이후에도 그런 경우가 간혹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친한 사람들을 툭툭 치는 버릇이 있어서 A씨뿐만 아니라 남자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했고, 성추행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단 관계자는 "피해자가 '문화재단을 대표해 대표이사가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가해자와의 분리'를 요청했다"며 "당시 대표이사가 공식 사과했고, 성폭력 재발 방지 규정을 만드는 등 피해자의 입장에서 최대한의 조치를 다했다"고 밝혔다.
B팀장에게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도 나왔다. A씨를 비롯해 드러난 피해자만 최소 4명에 이른다.
천안예술의전당(이하 예당)에서 일했던 C씨는 지난 5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경 B팀장이 예당 사무실에서 '안아달라'며 성희롱을 했지만 직장상사여서 불쾌감을 직접 표현하거나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고 폭로했다.
또 예당에서 도슨트(기간제 근로자)로 일했던 D씨와 E씨도 같은 날 기자에게 "2016년 B팀장이 악수를 빙자해 손을 만지작거리고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간질이는가 하면 어깨를 감싸는 등의 성추행을 했는데, 예당 차원에서 주의만 주고 무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팀장은 "안아달라고 얘기한 기억은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당시 도슨트로 일했던 직원이 '악수를 오랫동안 했다'며 문제제기를 했는데, 악수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쾌했다고 해서 사과했다"고 말했다.
한편, B팀장의 성추행·성희롱 의혹에 대해 문화재단과 예당 직원 9명이 '직접 보거나 전해들은 적이 있다'는 취지의 문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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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단·체육회 이어 천안문화재단서도 성추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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