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재벌에 대한 담론은 많으나 여전히 해법은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던 날
허영진
해외 출장을 나가서 삼성이나 현대 같은 브랜드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애국심이 솟아날 정도로 우리 나라를 자랑스럽게 하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소량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불법, 편법 등을 통해서 그룹을 지배하고 정치와 법까지 좌지우지 하려 한다는 뉴스가 들릴 때면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는 것도 사실이야.
우리 나라는 홍콩처럼 자유방임이 아니라 나름대로 규제가 많다고 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기사를 자주 보았던 것 같은 데, 그런 말을 하기엔 무색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너무 높은 비중을 특정 기업들이 차지 하고 있는 건 일반적인 일은 분명 아닌 것 같아. 그러니까 재벌이라는 표현이 우리 나라만의 오너를 중심으로 한 기업 집단을 나타내는 고유 명사로 표기 되었겠지?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가총액의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애플의 9% 수준이란다.)
사실 오너가 있는 기업을 한 번도 다녀보지 않고, 외국계 기업에서만 직장을 생활을 해온 아빠로서는 사실 재벌이라는 존재와 그들의 후계자 이슈가 신문에 나오면 고개를 갸우뚱하곤 했단다. 사람이라면 자신이 가진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본능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지분 이상의 것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게다가 아빠 친구들 중에서도 친한 친구들이 삼성에 많이 다니고 있는데, 모두 똑똑한 친구들이지. 어찌되었던 한국 최고의 기업이고 세계에서도 통하는 곳이니 당연히 인재들이 몰려 들겠지.
그렇게 '인재의 삼성'이라고 하는 곳이지만, 결국 경영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은 '삼성이 키운 인재'가 아니라 혈연으로 정해져 '후계자'라는 상황을 외국인 친구에게 설명해주려고 하니 약간 민망하기도 하고, 그들의 지분이 너무 적어 논리적으로 무리도 가더구나. 그렇다고 순환출자라는 소량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한국식 지배구조를 설명하기에는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말이야.
<가난한 집 맏아들>이라는 유진수 교수의 책의 내용이 떠올랐어. 못 살던 시절 큰 아들이라도 교육을 시켜서 집안을 일으키려고 부모는 작은 아들이나 딸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큰 아들에게 투자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좋은 직업과 위치를 가지게 하는 거야. 그 때, 부모는 그 큰 아들이 나머지 동생들을 챙기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지.
하지만 예를 들어 의사 같은 경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게 된 큰 아들은, 결혼을 하고 자신의 삶의 수준에 맞추어 더 큰 것을 원하기 때문에 부모의 기대와 달리 동생들을 챙기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더 투자를 하게 되는 거야. 이 상황을 경제에 빗대어서 설명을 해보면, 유사한 점들이 많단다.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은 후, 우리 나라는 빠른 성장을 위해서 일본이 남기고 간 재산(적산재산)에 대해 10%의 선금을 받고, 나머지는 15년 동안 저리의 이자로 갚을 수 있게 몇 개의 기업에게 혜택을 주었단다. 예를 들어, 미쓰코시 백화점은 이병철(삼성 창업주)에게, 선경직물은 최종건(SK 창업주)에게 넘겼던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란다.
그 후, 기대에 부응해서 기업들은 세계 유수의 회사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지만, 과연 그들은 맏아들이 동생들을 챙기기를 기대했던 부모의 바람에 응답을 했을까? 책에서 이야기하듯, 큰 아들도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삶의 수준에 맞게 더 큰 것을 추구하며 동생들을 챙기지 못했던 것처럼, 대기업도 더 큰 성장을 추구하며 오히려 서민들이 먹고 살던 사업들까지 손을 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
부모의 기대 못지않게 국가의 기대도 잘못이었음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지. 가지지 못한 자 입장에서 가진 사람의 입장을 비난하는 건 쉽지만, 막상 그런 위치에 가면 달리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는 사실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 자식에게 자신이 이룬 것을 최대한 많이 주고 싶은 심정은 부모로서 이해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사회적인 제어와 분배에 대한 정치가 필요한 게 아닐까?
자유방임주의의 표준 모델이라는 홍콩보다 오히려 승자독식이 심한 것은 우리 나라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면서, 너와 함께 더 살아낼 미래에 우리 나라의 모습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즈음에 우리 나라 경제에서 소수의 재벌들이 차지하는 구조는 얼마나 되게 될까? 설사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들의 존재가 사회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게 될까? 궁금해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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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Chaebol'을 어떻게 설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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