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컴퓨터 채굴시대는 끝나가고 있는가?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낭비하고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컴퓨터 채굴, 대안은?

등록 2018.05.24 07:46수정 2018.05.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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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QR Code를 광고로 융합하여 코인을 채굴하게 만드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QR Code를 광고로 융합하여 코인을 채굴하게 만드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이병진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소비하고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컴퓨터 채굴, 그 문제점과 해결책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암호화폐를 채굴하려면 24시간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막대한 양의 전기에너지가 소모된다. 모건스탠리는 "2018년 채굴에 사용될 전 세계의 전기는 약 125테라와트(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채굴에 사용된 전기(37테라와트TWh)보다 무려 33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아르헨티나 전체 소비 전력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며, 2025년에는 세계 전기차 운행에 필요한 전력 수요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웹사이트 디지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이 세르비아 국가 전체가 사용하는 양을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2019년 7월에는 미국 전체의 전기 사용량보다 많아지는 것이며, 2020년 11월에는 현재의 지구 전체 사용량보다 더 많은 전기를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컴퓨터 채굴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컴퓨터 채굴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량은 매년 약 177만 톤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가 물에 잠기는 시간이 앞당겨지고 수많은 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과 같다.

특히 중국은 채굴 전력의 70% 이상을 석탄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세먼지가 발생, 인접국인 한국이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컴퓨터 채굴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지구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처럼 암호화폐 채굴에 막대한 양의 전기에너지를 계속 낭비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면, 그것은 미래의 화폐가 아닌 미래의 쓰레기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컴퓨터 채굴에 대한 규제는 국가별로 현재 진행형이며, 규제의 대부분은 전기에너지 낭비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2월 초 유럽 최대 에너지 회사인 이탈리아 에넬은 향후 암호화폐 채굴 공장에는 전력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에넬은 성명을 통해 채굴로 인해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낭비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미국 뉴욕주 플래츠버그시 의회는 채굴에 사용하는 전기를 향후 18개월간 일시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곳 주민들은 그간 저렴한 전기를 사용했으나 채굴 공장이 몰려들면서 전기료가 급등하였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kW당 4.5센트에 사용했던 전기를 채굴 공장은 2센트로 공급받아 사용하면서 전력 소모량이 대폭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전기료가 급등한 것이 이유다.

또한, 미국 워싱턴주 전력회사는 지역 내에 신규 채굴 공장 설립 금지령을 내렸다. 그간 쉘란(Chelan County)은 풍부한 수력발전으로 저렴한 전기를 공급받았으나 갑자기 몰려든 채굴 공장으로 인해 전력이 증가하면서 지역 전력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CNBC는 미 워싱턴주 위나치(Wenatchee)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평소 이 지역 전기료는 매우 저렴했으나 갑자기 몰려든 채굴 공장으로 인해 더 이상 공장 허가를 내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미 가정용 전기 수요보다 채굴 공장의 전기 수요가 더 앞섰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가정용 수요는 연간 700GWh인데 반해, 채굴 공장 수요는 840GWh라고 한다.

한편 <블룸버그>는 중국은 값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채굴 공장이 밀집해 있으나 최근 중국 규제 당국이 전력 사용 중지 및 구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굴로 인해 중국 산업용 전력 수급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개로 현재 컴퓨터 채굴은 또 다른 위험한 뇌관을 갖고 있는데 바로 지구온난화 문제다. 컴퓨터 채굴에는 엄청난 소음과 발열이 발생하게 되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미래의 화폐라는 혁신적 슬로건을 내걸고 등장했으나 오히려 자원 낭비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제 암호화폐 생태계는 컴퓨터 채굴에서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의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컴퓨터 채굴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의 변화

컴퓨터 채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폭넓게 추진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천재 프로그래머 비탈릭 부테린, 그가 창안한 이더리움은 최초 비트코인 채굴방식(PoW)를 추종하였으나 지금은 PoS(지분인증방식)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지분인증방식은 컴퓨터 채굴이 아닌 소유 지분에 따라 코인을 지급해 주기에 일종의 무상증자 개념이다. 그는 PoW 방식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PoS로의 전환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또 은행 간 거래에 최적화된 리플은 아예 처음부터 100% 선채굴을 하여 발행형 코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수의 채굴자를 투표로 뽑거나 지정하는 DPoS라는 방식도 점차 선호되며 컴퓨터 채굴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그 외에도 에어드롭이라는 방식이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 방식은 컴퓨터로 미리 선채굴하여 각종 이벤트를 통해 무상으로 코인을 분배한다. 물론 이것도 컴퓨터 채굴이 아니므로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사용자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원래 채굴자에게 보상하는 코인은 반드시 그 어떤 수고나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그것이 공공의 형평에 맞기 때문이다. 단순히 코인을 보유했거나 혹은 이벤트에 응모했다는 이유로 보상을 받는 것은 어떤 면에선 불공정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컴퓨터 채굴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SNS에서 글쓰기를 하면 커뮤니티의 투표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코인이 있는가 하면, 포켓몬고처럼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어 암호화폐를 채굴할 수 있도록 만든 코인도 있다. 또 현실 세계의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암호화폐로 전환하여 교환하는 방식의 코인도 신선한 아이디어로 평가받는다. 모두 컴퓨터 없이도 암호화폐를 채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QR Code를 광고로 융합하여 코인을 채굴하게 만드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에게 익숙한 QR Code에 코인을 랜덤으로 저장시키면 광고주가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부착하게 되고, 사용자들은 스캔해서 코인을 채굴한다. 일종의 암호호화폐와 현실 세계를 연결시키는 수단으로 인지도가 높은 QR Code를 활용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물론 이 방식도 선채굴된 코인을 다시 드롭하는 방식으로 응용한 것이므로 PoS(광고인증방식)이라고도 불린다.

또 이와 유사한 방식도 있다. QR Code를 스캔하면 광고주의 광고 영상이 바로 나오고 사용자가 영상을 보면 비로소 암호화폐가 보상으로 주어지는 방식이다. 마치 구글과 페이스북의 광고 영상과 비슷한 모습으로 모바일 시대에 맞게 채굴 방식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이제 항간의 관심은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낭비하고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암호화폐 채굴이 미운 오리 새끼처럼 되어 각국 정부의 규제로 퇴출하게 될지, 아니면 보다 향상된 새로운 채굴 기법이 나와 문제점을 해소하게 될지에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아무리 암호화폐가 미래 인류의 보물이라 하더라도 지구 인류에게 해악을 준다면 그것은 응당 버려야 할 쓰레기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지 않고 디지털 암호화폐가 이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라 한다면 이젠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채굴 방식이 선보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병진 시민기자는 한국암호화폐 연구소장입니다.
#암호화폐 #큐알코드 #채굴방식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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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 암호화폐 칼럼니스트 증권 투자자문인력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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