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라는 책을 펴낸 명진 스님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유병문
[염주 세 알] 무소유와 '무한 소유'책은 깊은 대화이다. 명진 스님의 책은 목차의 소제목으로 보면 38개의 법문이다. 이 법문을 들려주고 싶은 한 사람을 꼽아 보시라고 했다.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씨였다.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로 있을 때 이 부회장이 몇 번 찾아와서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단다.
"스님, 어떤 게 잘사는 겁니까?"
이 책의 제목을 지은 이는 이재용 부회장인 셈이다.
"그때에도 같은 말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돈의 욕망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욕망의 대물림, 고통의 대물림을 끊어야죠. 삼성을 국민기업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삼성 지배구조 바꾸려다가 불법, 탈법한 짓을 변호사를 내세워 무마시키려는 데, 국민들도 예전 같지 않죠. 개과천선해서 잘못을 인정하고 바른 경제인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어도 아무런 깨우침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명박이죠. 그 사람은 지금도 반성하지 않습니다.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인생 자체가 거짓으로 점철됐죠. 법정 스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문상 와서 '무소유란 책을 감명 깊게 봤고, 스님을 존경한다'고 말했는데, 무소유를 '무한 소유'로 읽은 어처구니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명박에게 특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얼마 전 영포빌딩에서 '명진의 막가파 행위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강구하라'는 문건이 나왔죠. 희대의 악인에게 막가파라는 소리를 들었고, 불법과 불의를 종횡무진 행한 원세훈의 국정원에서 나를 사찰하고 미행하고 간첩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이들에게 박해받고 '막가파', '요설을 떠는 중'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미움을 받은 것은 무궁화대훈장을 받은 것과 같은 영예죠."
[염주 네 알] 여기 사람이 있다글의 제목은 뜻의 농축이다. 이 책 1장에는 서민의 절박한 삶이 농축된 제목이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명진 스님이 봉은사에서 주지 임기 4년 중 3년 동안 천일기도 할 때 남대문이 불탔고, 용산에서 무고한 죽음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도 서거했다. 산문에 나가지 않고 백 만 번 이상 절을 했다. 절하는 데만 삼천 시간이 걸렸다.
"가장 힘들었던 건 용산참사였죠. 천일기도의 끝에 부처의 자비와 사랑을 설파해야 하는데 막상 용산에 가보니 그게 되지 않았어요. 자기 터전을 빼앗기게 됐는데 울분에 차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집 잃은 사람들이 망루를 설치한 건 죽겠다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는 절박함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했죠. 그 남일당 안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책 62쪽)명진 스님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의 대목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내걸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사람이 중심인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면서 "여기 사람이 있다는 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와 적폐청산 문제 등에서 지혜롭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최저임금 때문에 최근 정치적으로 압박을 당하고 있는데, 그동안 누적된 짐승 같은 경제를 인간의 경제로 바꾸는 데에는 최소 3~5년이 걸립니다. 촛불 대통령은 초심을 잃지 말고 촛불의 염원을 잊지 말고 한발씩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도 할 말이 있었다.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홍 대표의 백의종군을 주장한 적이 있다.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였다. 홍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받아쳤다. 명진 스님은 이렇게 일갈했다.
"홍 대표가 그때 발음을 잘못했어요. 'ㄱ'을 'ㄴ'으로 바꿔야 합니다. 주어는 '개'가 아니라 '내가'였어야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격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중함이 만나 새 역사를 쓰고 있죠. 홍 대표 같은 이념의 선동에 휘둘릴 정도로 국민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이제 머릿속 분단부터 깨부숴야 합니다. 먼저 우리 가슴의 철책선을 걷어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