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능력검정시험인증서
신광태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고급에 지원하게 된 이유"우리 공무원들이 한국사를 제대로 알아야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는 걸 바로잡지 않겠니!"두 달 전 직원 월례조회 때 했던 말입니다. 한국사 공부를 같이 해 보자는 의미였습니다. 두 명이 동참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 제38회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고급(2018년2월3일 시행) 기출 문제로 테스트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A직원은 50점을 맞았고 B직원은 27점을 얻었는데, 나만 18점이 나온 겁니다. 한 달 만에 50점 정도를 끌어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 현명한 B직원은 중급으로 낮췄습니다.
난 고급을 고집했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 떨어지더라도 그나마 덜 창피할 거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젊은 직원들보다 내겐 장점이 있는 겁니다. 집중력? 그런 거 아닙니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새벽 4시면 일어납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때 난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 유리할 수 있다는 착각.
한심한 생각일지 모릅니다. 한국사는 공무원시험을 위해 1989년 봄에 봤던 게 가장 최근입니다. 29년 전 일입니다. 당시 한국사 시험은 '교려 광종의 업적이 아닌 것은?' 수준의 단답식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문제는 어떤 지문을 보여주고 연관되는 인물이나 동시대의 상황을 찾는 문제가 다수인 겁니다. 제시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맞출 수 없는 구조입니다. '어쩌자고 내가 이런 제안을 했을까!' 후회가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당신이 한국사 고급? 나이를 생각하셔, 만일 붙으면 내가 크게 한턱 쏜다!"아내도 내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퇴근 후면 매일 모임이다 뭐다 술이나 마시니 가능성이 없어 보였을 겁니다. 한술 더 떠 '당신은 하드웨어(머리)만 크지 그다지 쓸모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쉽게 기억하는 방법을 총 동원 했습니다. 적당한 핑계를 대 술자리도 사양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 강의도 들으며 그야말로 한국사에 몰두했습니다.
'뭐, 갑자기 묘를 사?'(무오, 갑자, 기묘, 을사 사화)'이대론 안 되겠다'란 생각에 시험 하루 전날엔 연가를 냈습니다. 시험 당일 새벽, 기출문제를 풀었더니 가까스로 62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대체 이게 통일신라시대 제도인지, 발해인지, 고려인지, 조선인지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는 겁니다. 벼락치기 공부 역효과인 듯했습니다.
시험 날 아침, 평소 아껴 두었던 딸 이이가 선물로 사 준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왠지 행운이 따를 것 같았습니다. 우황청심원도 하나 샀습니다. 긴장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참, 꽈도 너무 꽜다!'제39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80분이 지난 후 누군가 내게 소감을 물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한 문제가 막히니 뒷 문제는 대체 뭘 묻는 건지 문제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5개 문항 중 3개는 아닌 걸로 정리가 되는데 2개 중 하나를 못 찾는 문제가 꽤 됐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쉰여덟 당신 나이에 한 달 동안 공부해서 합격한다는 게 가당치나 해! 다음에 다시 봐."당시 시험장 밖에서 기다리던 아내는 위로인지 핀잔인지 모를 말을 했습니다.
"문제가 쉬웠나 보다, 웬일 이래!"합격을 알리자 아내가 했던 말입니다.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과연 내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합격증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혹시 한국사를 모독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하자!'결심이 섰습니다. 제대로 한국사를 공부 해 엉성한 지식이 아닌 어디서나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한국사 공부를 다시하기로 했습니다. 시대별 왕의 업적을 비롯해 동시대 인물이나 내용을 노트에 정리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결코 '뭐, 갑자기 묘를 사!' 방법이 아닌 체계적인 한국사 공부를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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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살 늦깎이 수험생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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