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가 책이 됩니다

'모두의책' 협동조합

등록 2018.10.26 08:01수정 2018.10.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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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책 모두의 책 사무실 ⓒ 오시내

 
독립출판의 시대가 열렸다. 그만큼 출판의 문이 낮아졌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정말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는 걸까. '모두의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회에 애정을 가지고, 소시민의 삶에 관심을 가질 때에만 일상을 담은 따뜻한 책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의책'은 이름처럼 모두의 삶에 숨을 불어넣는 따듯한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기록이 되길 바란다.

"헌법 제21조에 보면 모든 국민에게 출판의 자유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 자유권을 우리가 충분히 누리고 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국민 1~2%만이 이 자유권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똑똑해야 책을 만드는 걸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애정을 가진 사람이, 개인의 일상을 책으로 만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진호 대표는 일상의 기록이 책이 된다는 생각, 우리의 생활이 책이 된다는 생각 하나로 '모두의책'을 설립했다. 지난 2015년 1월에 설립해, 지난해 11월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으니 벌써 햇수로 4년 동안 우리 주변 곳곳에 놓인 이야기에 주목해 온 셈이다. 이름만으로도 협동조합의 일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모두의책은 재밌게도 책이라는 수단보다, 늘 주변에 존재했던 사회구성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목적에서부터 시작했다.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단순히 돈을 좇으며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사회에 기여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찾다 보니 책이라는 결론이 났어요. 잘 해내고 싶은 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죠."

모두의책을 창업하기 전, 오랫동안 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던 김진호 대표는 자연스레 출판에 눈길이 갔다. 글쓰기 관련 수업을 듣고 동호회 활동을 할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는 개인적인 관심도 더해졌다. 출판이라는 일이 녹록지 않은 일이라는 걸 모르는 게 아니었는데도 욕심이 났다.

"창의적인 일을 한다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구속된 삶이잖아요. 항상 마감에 쫓기고 결과물에 대한 철저한 책임도 져야 하고요. 경험으로 아는데도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경영 안정을 위해 디자인 사업도 함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디자인보다 책 만드는 의미 있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앞으로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미션에 더 집중하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바람입니다."


삶이 모여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된다
 

'모두의책' 김진호 대표 ⓒ 오시내

 
김진호 대표가 책을 통해 사회와 소통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데에는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87학번으로 갓 대학에 입학했던 해, 6월 항쟁을 직면했다.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사회적 약자의 삶을 체감하며 자란 터라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운동권에 가담해 민주화를 외쳤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더는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워졌다. 그렇게 청춘이 지났고, 문득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때마다 미안한 감정이 복받쳤다.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부채의식 때문이었다.

이러한 감정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김진호 대표는 이제는 어른으로서 사회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렇게 모두의책을 설립했고 자신이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받아 온 모든 걸 사회에 되돌려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두의책은 개인의 일상을 책에 담고 싶습니다. 개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고 후대에 전달할 수 있을까, 지금도 진지하게 연구 중입니다. 개인의 일상에는 사회적 관계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사회의 모든 현상이 축적된 결과물인 거죠. 그래서 저희는 개인의 삶도 공적인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시민의 삶이 모여 사회적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되는 거죠."

모두의책은 잡지 <모두>와 자서전 제작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뜻이 맞는 기관과 함께 단행본을 제작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모두의책을 통해 발행된 책만 스무 권이 넘는다. 이와 함께 심혈을 기울여 진행한 사업이 바로 시민작가 공모전이다. 출판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기존 작가를 제외한 평범한 시민의 작품만을 받아 공모전을 진행했다.

"작품성을 논하기 이전에 시민작가 공모전을 진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호응을 얻었어요.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이 그동안 목소리를 내고 싶었는데 배출할 통로가 없어 침묵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장치를 만들고 기회를 부여하니 평범한 모든 사람이 책과 기록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
독자와의 약속 <모두>
 

모두의책 <모두> ⓒ 오시내

 
현재 모두의책은 네 명의 직원과 스무 명 내외의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합원은 각자 객원 기자와 작가로 책 제작에 참여하고, 직원들은 행정과 기획, 편집디자인 업무에 집중한다. 이외​​​​​​​에도 조합원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협력하고 있다. 김진호 대표는 조합원 대부분이 예술 활동을 해 다양한 색을 작업물에 담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모두를 위한 책을 만드는 만큼 구성원이 함께 생각을 나누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동조합으로 회사를 꾸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조합원이 더 많이 참여하고, 조합원의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해 회사 운영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이 함께하니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어요."

모두의책은 직원 교육에도 힘을 기울인다. 협동조합이 뜻이 맞는 조합원이 모여 하나의 조직을 구성하는 만큼 직원에게 무조건 협동조합에 가입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뜻을 모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협동조합 관련 교육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사회적기업이 어떤 가치관으로 일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물론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희만의 색을 띠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저희만을 색을 찾아가고 있는 거죠. 막연히 좋은 회사보다는 특별한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특별한 책을 만들고, 특별한 이야기를 담는 책, 그리고 많은 독자를 만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모두의책은 우선 지역에 사는 소시민의 일상에 집중해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에 뜻을 같이하는 조합원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게 최우선의 목표다.

"<모두>가 무가지에 광고도 없다 보니 매달 책을 펴내는 일이 녹록지는 않아요. 그래도 저희가 쉬지 않고 잡지를 발행하는 건 <모두>를 찾는 독자가 있기 때문이에요. 발행이 늦어지면 어디선가 연락이 와, 잡지에 대해 물어오더라고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고를 문의하는 사람도 있고요. 이제는 우리 잡지가 약속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좋아서 시작한 일이 독자와의 약속이 되어 버렸으니 망하기 전까지는 꼭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저희 다짐이에요. 그래서 독자 분들, 시민 분들에게도 부탁 한 가지를 하고 싶어요. 혹시나 서점, 카페 등에서 우리 책을 본다면 홈페이지, SNS에 관심을 표해 주세요. 저희에게 가장 큰 힘은 독자들의 관심입니다.(웃음)"​​​​​​​
#협동조합 #모두의책 #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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