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실 내부각 개실에는 변기와 세면대가 마련되어 있다
서윤영
폭 30cm 의 슬릿 윈도우가 있던 방, 그곳은 취조실이었습니다. 각 방마다 2개의 슬릿 윈도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학교 교실이든 집의 침실이든 모든 방에는 창이 있으며, 그 창은 되도록 크고 넓을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아파트의 베란다는 전부 통유리로 시공합니다.
그런데 전혀 창이 없는 방을 "먹방"이라고 합니다. 요즘 먹방이라고 하면 먹는 방송을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먹방"은 건축에서 오래 전부터 쓰던 말로, 창이 없어서 빛이 전혀 들지 않아 먹물처럼 까만 방이라는 뜻입니다. 대형건물을 설계하다 보면 가끔 어쩔 수 없이 먹방이 나오곤 하는데 이게 가장 큰 설계상의 실수입니다.
처음 설계사무소에 갔던 때가 학생 때 인턴실습이었습니다. 출근한 첫날에 한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건물의 창문을 모두 새까맣게 칠하는 거였습니다. 그것은 어느 경찰청의 설계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한 설계안이었습니다. 모든 방에는 먹방이 없어야 한다는 설계상의 대원칙에 따라 취조실에도 창을 마련했지만, 그러나 "취조실에는 창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뒤늦게 발견한 것입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습니다. 이미 완성된 도면을 고치기에는 너무 늦었고 궁여지책으로 사인펜으로 창을 지우는 일이 인턴실습생에게 맡겨졌던 것입니다. 그나마 이곳에는 폭 30cm의 슬릿일 망정 창이 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