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 및 본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며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8월에 임명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1년 동안 노동계 설득에 공을 들였고 언론과 정치권, 청와대에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화합과 타협의 아이콘처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통령과 자본이 원하는 탄력근로제를 문성현 위원장에게 타협해서 만들라고 합니다.
탄력근로제를 합의해주면 공기업 노동자에 가해지는 탄압을 막을 수 있고, 전교조도 합법화되며, 공무원 해고자가 복직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안에 합의할 수는 없습니다.
경사노위에서 권고한다는 몇 가지 내용들은 이미 ILO권고사항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제98호단결권 및 단체 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과 제100호 제111호 외 등에 준하거나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 들입니다. 경사노위위원 참여한 일부 위원들에게 말합니다.
아무도 당신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먼저 꼭 해야 할 일들부터 하십시오. 박근혜, 이명박 정권 시절 저질러진 잘못들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비정규직을 더 공고히 하고 양산하고 있는 비정규직법부터 바꿔야 합니다. 이명박근혜 시절 내려진 각종 행정지침들, 입법을 통하지 않고 직권으로 내리꽂아 노동자들을 탄압한 악덕 지침들을 폐기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복수노조 교섭권 문제, 타임오프제, 삼성의 노조사찰과 탄압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를 외면한 채 정부와 자본의 요구만을 의제로 다룬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 던져졌으면서도 동등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소수 대표들이 모든 노동자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결과로 돌아올 것입니다. 정부가 노동자들, 특히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압력을 주고 있는데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저야 합니다.
왜 노동자들만 가혹한 책임을 져야 합니까?
경제사회노동위원들은 잘 알아두어야 합니다.
지금도 재벌과 경영자들은 합법을 가장한 각종 탈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승계합니다. 갑질도 계속 터집니다. 청와대 비서진과 정치인들이 민주노총을 질타하는 상황에 헛웃음이 나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 촛불투쟁의 선두에서 투쟁했습니다. 구속도 당하고 희생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민주노총의 2대 전위원장입니다. IMF라는 국가위기 상황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었고,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이 날치기로 통과되고, 정권이 바뀌고, 결국 노사정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합의된 두 법안이 그 후 20년 동안 어떻게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해 왔는지 보았습니다. 한 순간 잘못되었던 우리의 선택 때문에 이후 수십 년 동안 노동자와 그 자녀들까지 대를 이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제 책임 또한 큽니다. 그래서 이렇게 장황한 글을 적고 있습니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아서 인가요?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서 인가요? 우리 노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통해 부정으로 재산을 축적한 갑질의 온상 재벌들은 어떻습니까. 이들과 함께 단물을 빤 경찰, 검찰, 사법부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 왜 여전히 노동자에게만 가혹한 책임을 지우려 합니까? 노동자들 또한 사회의 구성원이므로 모든 책임을 피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바보가 아닌 이상 일방적인 희생과 타협만을 강요하는 태도에는 신뢰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아닙니다.
진정 동등한 사회적 타협기구로 만들려 한다면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결과에 국회가 손을 대지 않고 타협에 동의한다는 확약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논의라도 해보지만 어떤 타협에도 여야의 이해관계에 의해 바뀌는 국회를 뒤에 두고 하는 사회적 합의는 무의미 합니다. 대통령이 만들고 싶어 하는 탄력근로제에 합의하기 위한 위원회는 더 더욱 안 됩니다.
촛불과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선하고 개혁해야 할 주제를 자유롭게 다루지도 못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대통령의 공약파기 장이며 국민과의 약속을 깨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위원회입니다. 탄력근로제가 지금의 시대의 선결과제이면 대통령이 결단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해 당사자가 다음 행동을 할 것입니다. 노동자 목을 조르면서 노동자에게 합의를 구하는 방식은 구 노사정위원회로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이런 책임을 지지 못할 경제사회노동위원들은 그 자리에서 나오십시오. 이런 역할을 해주고 다음은 보장받을지 모르지만 수천만 피해 노동자에게는 적이 됩니다.
또 다시 지난날 노사정위원회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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