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최근 태안화력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고 김용군씨의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에서 김 군의 어머니 뒤로 사고 현장 사진이 나오고 있다.
이희훈
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이상한 소음이 발생하면 머리와 몸을 집어넣어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등의 업무를 했다. 그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기계에 머리가 빨려 들어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과 노조, 대책위 관계자 등은 김씨가 일했던 현장을 보면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회사가 아들을 잡아먹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족과 함께 현장을 돌아본 동료와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조직국장 등에 따르면 햇빛이 쨍한 오후 2시에도 실내는 껌껌했다. 하지만 용균씨의 손전등은 고장났고, 회사에 달라고 할 수 없었던 그는 휴대폰 조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고장난 손전등과 건전지가 가방에 있더라"라며 "협력업체가 3년에 한 번씩 경쟁입찰을 하는데 안전 관리비도 비용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모든 노동자들에게 안전장비가 매번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3~4m 앞에 있는 사람이 안 보일 정도로 탄가루가 자욱하고 울퉁불퉁한 통로를 작은 불빛에 의존한 채 지나쳐야만 했다. 그의 동료는 "현장 점검하러 다니다보면 턱이나 장애물들이 곳곳에 난무한다"라며 "점검할 때 랜턴이 필수이지만..."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안전장비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은 떨어진 석탄들을 치워야 했다. 김씨와 함께 일했다는 동료는 "설비 시공상 분탄(석탄가루)이 많이 발생한다"라며 "분탄이 누적되면 회전이 잘 되지 않고 2차적으로 컨베이어 벨트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서부발전에서 낙탄 처리를 시킨 적이 없다고 하지만 저희는 치우라고 지시받으면서 일해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