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교양과목인 <지역사회와 서포터즈> 수업의 2018년 2학기 수강생들이 1. 지역사회 현장에서 또는 지역에서 살아가며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는 내용과 2.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로 해보고 결과를 남긴 수기 콘텐츠입니다. [편집자말] |
지역에서 공부한 지 10년 만에 내 아이디어를 반영한 수업을 만들게 됐다.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말이다.
대학가는 주말이면, 방학이 시작되면 텅텅빌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목요일/금요일에 택시 정류장을 살펴보면 30분씩 기다릴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타지역 출신 선후배동기들은 강원도 춘천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 목표를 일단 지역 대학생들이 지역사회 현장을 경험해 보는 것으로 정했다. 부담이 되지 않는 수업 형태로 만들어 우리 한림대학교 학생들이 생활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 지역 춘천에 대한 관심부터 가지게 하고 싶었다.
이 수업의 과제는 간단하다. 중간고사 이전까지는 교내의 다양한 특강, 전시, 행사, 봉사 등에 참여한 뒤 수기를 제출하고, 학기가 끝나기 전까지 교외 즉 춘천지역이나 본인의 법적 주소지에서 활동한 뒤 보고서를 남기는 것이다.
이 수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효과도 간단하게 생각했다. 수강 인원은 70명으로, 이들이 다양한 활동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는 1시간, 현장에서 활동하는 2시간에 수기 및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걸리는 1시간. 이러한 과제가 총 두 번 있으니 최소 560시간 만큼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수업을 만들게 된 또 다른 이유로 춘천에서 초·중·고·대학(학부/석사)을 마친 뒤 박사과정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 춘천에 도움이 됐으면 했기 때문이다.
나는 춘천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다섯 살 때부터 춘천에서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초·중·고·대학·석사를 마친 뒤 현재는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상 나에겐 춘천이 고향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가는 이 공간에 대한 애정으로 지역에 대한 방송뉴스나 다큐멘터리를 찍어 지역 케이블에 내보내기도 했고, 대학원에 온 뒤에는 지역 대안언론 만들기, 복지관 마을신문 만들기, 초등학교 돌봄교실 봉사, 대학의 지역사업 담당 등의 활동을 해왔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지역사회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의 의미 있는 특강이나 시민교육과정, 정책설명회, 주민공청회 등에 가보면 적게는 10명, 보통 30명 안팎의 소수의 인원이 있었다. 내가 본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행사도 채 100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나 해야 하는 활동,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다양한 지역 현장에서 이미 많은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에게 미디어적인 능력을 갖추도록 돕고 싶었고, 활동에 대한 작은 격려와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궁극적으로 나를 통해, 내가 만든 수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지역과 연결됐으면 싶었다. 그렇게 지난 2018년 3월 시작된 이 생각은 두 달 뒤 완성돼 학기가 끝나기 전 신규 교양과목 개설신청을 통해 실현됐다. 이 아이디어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신 박승현 교수님과 함께 공동으로 강의하는 수업을 만들게 됐다.
그런데 수업의 이름을 정하기도 참 어려웠다. 여러 가지를 고민했다. <지역사회와 봉사>, <지역사회 이해와 활용> 같은 전형적인 것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 새로운 수업의 목표를 다 설명하기엔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 수업의 목표는 현재 생활하고 있는 이 지역 춘천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민해보는 시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지역활동을 찾아 직접 경험하는 것,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 제시하는 것 등의 세 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사회를 서포트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지역사회와 서포터즈>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막상 강의계획서를 완성하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생각해보니 수업의 영역에서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누구의 경험이 더 가치 있다, 어떤 활동이 더 의미 있다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부담 없이 한번쯤 들을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야 했다. 이 수업이 지역공동체와 지역 대학생을 연결하는 첫걸음이 됐으면 싶었기 때문에 경쟁이 없는 수업을 만들었다. 일정 수준 이상 참여한다면 모두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패스논패스 형태의 수업을 말이다.
활동은 모두 수강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했다. 기존 언론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작은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고, 춘천의 관광지를 방문해보기도 했다. 또한 이미 참여하고 있던 지역 서포터즈나 자신의 봉사활동을 기록해 소개하기도 했다. 강의자 입장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것은 수업시간에 들은 춘천의 도시재생 사업에 관심을 가지거나 새로운 교육 기부 활동을 만드는 것을 비롯해 지역 공모전, 춘천시청 톡톡 제안에 참여하는 활동이었다.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 중 가장 높게 평가했던 것은 간단한 아이디어의 실현이었다. 몇몇 학생들은 본인들이 지역 현장에서, 실생활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예를 들자면 '등하굣길에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모으면 얼마나 될까?' 같은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학교에 오는 날마다 약 2km의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고, '왜 사람들이 춘천 시내버스에 불만을 가질까?'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버스 타고 춘천투어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수업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은 '나'였다. 춘천에서 생활하며 누구보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춘천에는 내가 관심가지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예술·전시·공연이 자주 열리고 있었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이나 서포터즈, 멘토링 등도 참 많았다. 또한 나에게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들도 많았고, 당면한 예상 밖의 문제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수업을 통해 '한림대 재학생이 모두 춘천으로 주소지 이전을 하면 지역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어떤 아이디어로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시민이 직접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 등을 질문했고, 다양한 이론과 개념, 활동 사례와 장소,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 연재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활동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학기가 끝나고 20명의 학생들과 추가적인 작업을 진행했다. 대부분 개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자격증이나 토익을 준비하기 위해 중간에 포기했지만 최종적으로 5명의 학생들이 기사 형태로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지역을 배우다] 코너를 통해 춘천에서 진행한 이 작은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현재 춘천에서는 우리 수업 외에도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춘천시는 춘천문화원이 함께 '춘천학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한다는 이야기와 올해 3월부터 춘천시와 강원대학교가 협력을 통해 춘천캠퍼스에 춘천학 강좌(강좌명 : <춘천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개설하고 오는 3월부터 운영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나 또한 올해도 수업을 통해 지역 대학이, 지역 대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보다 실질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에 연결되고 기여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행복한 고민을하고 있다. 이 글을 시작으로 [지역을 배우다]를 통해 공유되는 이야기를 통해 내가 살아가는 춘천에도, 대부분의 지역에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코너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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