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현대, 한방에 '훅' 갈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도 날려버리는 ‘증발 경제’

등록 2019.03.29 18:24수정 2019.03.2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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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해체는 사회혁명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 생각은 오산이다. 피한방울 흘리지 않은 디지털혁명으로 세계 제1의 핸드폰 기업 노키아와 제1의 필름기업 코닥이 무너졌다. 우리나라 제1의 글로벌 기업 삼성도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이미 30년 전 디지털혁명을 예고한 네그로폰테는 로버트 터섹의 책 <증발(vaporized)> 추천사에서 대기업은 물론 국가까지도 증발해 버릴 것이라고 예측한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가? 삼성 LG 현대가 어떻게 한방에 훅 간다는 말인가? 터섹은 <증발>에서 이렇게 답한다. "음반 CD 비디오테이프가 증발된 것은 옛 일이며 신문과 텔레비전, 책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대학을 증발시킬 수 있다면 법원이나 교회를 증발시키지 못할 리가 없다.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어느 순간 돈도 증발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택시 병원 은행 등 사라지는 것의 목록은 계속 추가된다".

 
<증발> 표지 로버트 터섹 지음. 김익현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2019.3 출간.
<증발> 표지로버트 터섹 지음. 김익현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2019.3 출간.커뮤니케이션북스
 
그는 "증발은 인정사정없다. 익숙한 것들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는 동안 어느새 다음 단계의 증발이 일어난다"면서 위기불감증 환자일수록 가장 먼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안전할 거라고 마음 놓고 있는 기업과 구성원일수록 디지털에 습격당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로 말하면 재벌그룹과 대기업 회사원들인 셈이다.

글로벌 경쟁력은 화수분이 아니다. 3G에서 4G 5G로 진화한 것은 불과 십 수 년이다. 알파고에 백전백승하는 '알파고 제로'가 새로 나오는 등 AI의 진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자연 생태계처럼 고정돼 있지 않다. 불변하지도 않는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과 같은 비즈니스 코끼리들도 향후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이 샤오미에게 스마트폰 시장을 내주고, 현대가 상하이자동차에게 추월당하는 황당한 일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 악화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대비 11조원이나 증발했다. LG그룹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에서 고전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4/4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당기순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물론 이것이 증발 현상 때문은 아니다. 그러나 증발 경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없다. 사물을 증발시키는 것을 넘어 사람까지 증발시키려는 연구까지 진행되는 시대다.


<증발>을 번역한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은 "이 책에는 실제로 사람을 증발시키려는 여러 연구 사례가 실려 있다. 터섹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기술적 한계만 극복하면 어느 순간 실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할 정도다.

디지털과 소프트웨어 혁명은 낡은 물질을 모조리 파괴하고 집어삼키고 있다. 스마트폰 속으로 빨려 들어간 물질만 해도 수백 개가 넘는다. 기술이 몰고 온 변화가 '증발' 경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생존 전략은 이와 다르다. 빠르고 변화무쌍하다. 그들은 통즉변(通卽變)하고 생즉변(生卽變)한다. 변하기 무섭게 또 변한다. 궁즉변(窮卽變)하면 늘 뒤처지기 때문이다.

"눈을 바짝 뜨고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잘 살피고, 뼈를 깎는 각오로 변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게 증발 경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기업의 숙명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뛰어난 글로벌 기업도 언제든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해를 입고 싶으면 <증발>을 무시하라"는 아타리 창업자 놀란 부시넬의 말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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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 #모바일경제 #디지털혁명 #경제경영서 #재벌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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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으며 노동연구소 연구원, 언론사 기자, 잡지사 편집장, 청소년인문학 교사 등으로 활동하였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초석이 되고자 통일의병으로 활동하면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간간이 블로그와 페이스북 활동을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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