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이어온 사천목씨 집성촌 마을 원당리는 대전시 유성구 대정동 일대다. 도로 개발로 인해 사람들이 떠나면서 집이나 우물터도 부서질 계획이다.
목화균
2018월 4월, 사천목씨 군선공파 종친 임시총회가 열렸다. 하지만 나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종원(종친회 구성원)이 될 수 없었다. 종중 회칙 제4조 '종원은 19세 이상 남성으로 한다'는 규정을 들어 '여성은 총회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는 아우성이 난무했고 발언권도 제한되었다.
총회에서 생긴 충돌 원인은 개발 보상금 때문이었다. 대전 도안대로를 개발하면서 종중 땅에 생긴 보상금 약 37억 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해 여종원에게는 남종원의 50%만 지급하기로 투표를 통해 결정한 것이다. 심지어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계약할 수 없다고 해서,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으로 임대차 계약서를 목씨 종중과 써야 하는 '불법'을 강요받았다.
또한, 당시 이사회 참가를 위해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갔다가 여자는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며 총회장 밖으로 쫓겨났다. 40여 년간 종친회 이사였던 아버지는 단지 딸이랑 왔다는 이유로 수모를 당하다 불편한 몸에 돕는 사람도 없이 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쫓아내는 이유를 묻자 사무장은 '내가 여자이고 여성 종원들에게 이사회의 내용을 전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종중의 이사회는 전체 종친들을 대표해 일을 결정하고 추진하며 전체 종원들에게 차별 없이 진행 상황을 전달할 의무가 있음에도 너무나 어처구니없었다.
종중의 이런 차별적인 관행을 묵과할 수 없었다. 나는 임시 총회가 끝난 바로 그 자리에서 여성 종원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시작하기로 했다. 총회 재적인원 약 50%의 서명을 받아 총회 무효와 분배금 지급 가처분 소송을 시작했고 1년여의 지난한 법정 다툼 끝에 두 가지 모두 승소했다. 법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남녀 차별하여 분배금을 지급하여서는 아니된다'(2018가합102885)고 판결했다.
그 결과 사천목씨 종중에서 여성의 종원 자격을 인정받았다. 회칙 제4조 '종원은 19세 이상 남성으로 한다'를 '종원은 19세 이상의 후예로 한다'로 바꾸는 회칙 개정안이 총회에서 통과되었다. 여성 종원도 이제 발언권뿐 아니라 이사회 임원이 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관습은 법보다 강력하고 우선한다는데 우리 종중도 마찬가지였다.
법보다 강력한 관습, 남녀 차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