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6월 4일 오전, 대구 경북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논문 등 몇 가지 자료를 제시하며 대통령의 정시확대 발언을 반박했는데, 핵심은 이렇다.
우선, 고소득자·고학력 가구의 자녀가 수능 점수를 높게 받는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건국대 최필선 교수와 경희대 민인식 교수가 쓴 논문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자녀가 저소득층보다 수능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비율이 5배 가까이 차이난다(최필선·민인식,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세대간 이동성과 기회불균등에 미치는 영향>, 사회과학연구 제22권 제3호, 동국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2015년 9월).
학력에 따른 차이는 또 어떤가. 같은 논문에서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자녀는 1·2등급에 속하는 비율이 20.8%이지만 고졸 미만 저학력자의 자녀는 1·2등급 비율이 0.8%다. 그 차이가 무려 26배인 것으로 확인됐다.
확실히 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수능을 선호한다. 2018년 한국교육개발원 여론조사 결과, 월 평균 600만 원 이상 소득층의 40% 가까이가 '대학입학전형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하는 것'으로 '수능 성적'을 1순위로 뽑았다. 반면 200만 원 미만 소득자는 '특기적성'이 30%가량으로 1순위를 차지했다.
지금도 정시는 강남 지역 학생이 강세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의 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대 입학생 중 강남구 출신 학생은 수시 일반전형(5.6%)이나 지역균형선발(2.4%)보다 정시를 통해 들어온 비율(11.9%)이 훨씬 높았다.
비슷한 내용은 다른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서울 강남 3구와 목동까지 범위를 넓히면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 중 24.5%가 이들 지역에 속했다(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 개선연구단,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대입제도 개선방안 연구>, 2019년).
정시가 확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8년 서울대는 '서울대학교 정시모집 확대(안) 검토 결과'라는 문서를 작성했었다. 이를 2018년 5월 10일에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정시를 40%로 늘릴 경우 강남 3구 학생이 1.5배 정도, 50%로 늘릴 경우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정시 확대는 투명하고 단순한 입시를 바라는 사람도 원하지만, 고소득층과 고학력자들 그리고 한국당과 강남이 더 원한다.
촛불이 원했던 '공정'
촛불이 원했던 공정이 경쟁의 공정이었나. 신자유주의가 모든 사회 구성원의 '경쟁력 강화'를 우리 사회의 원리인 것처럼 금과옥조로 삼은 이래, 양극화도 불공정도 심해졌다.
공정한 경쟁은 공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을 위한 것이다. 바로 그 공정한 경쟁이 양극화를 부추긴다. 세상에 완벽히 공정한 경쟁이란 없으며 애초에 자원동원력에서 열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경쟁의 공정이란 허구다. 체급이 다른 이들이 동일한 경기 규칙으로 맞붙으면 게임은 하나마나다.
이런 식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부자들의 부의 세습, 인적네트워크를 통한 기회의 세습은 불법적인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게 바로 특권의 다른 이름이다. 체급 차이는 더 커진다. 지금까지 봐온 그대로다.
시험이 능력을 우선시하고 대물림을 없애는 방안일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시험은 계급을 재생산하는 시스템에 불과하다. 정유라가 말했듯이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인 사회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아니라 개천에서 용쓰다 끝나는 사회다. 촛불이 원했던 공정은 이 현실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학종이냐, 정시 확대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