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시청역에서 만난 노숙인 형제입니다. 날씨도 많이 추운데 슬리퍼를 신고 계셨고 손과 발가락과 얼굴도 검은 때로 뒤덮여서 마음이 많이 좋질 않았습니다.
손은식
A씨는 지난달 수년간의 노숙 생활을 끝내고 프레이포유가 운영하는 살림공동체로 찾아온 분입니다. 거리의 차가운 바닥과 불안전한 생활로 인해 몸이 많이 망가져서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 노숙인 지원센터(다시서기)를 찾아갔습니다.
참고로 서울시에서는 약 5000여 명의 노숙인(시설 노숙인 4000여 명, 거리 노숙인 1000여 명)을 위해 매년 노숙인 지원 사업으로 총 5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 의료 지원 사업으로 46억 원가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역 광장에 위치한 다시서기 지원센터를 방문해서 "수년간의 노숙 생활로 몸이 많이 망가져 의료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고자 노숙인 등록 후에 진료의뢰서를 발급받기 원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지원센터 내의 직원분이 전산 조회 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A씨는 의료보험이 살아있기에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의료보험을 내고 있기에 노숙인이지만 노숙인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공동체로 돌아왔습니다. A씨의 동생이 지역 의료보험 가입자로서 의료보험을 납입하고 있으며 A씨도 아직 세대원으로 속해 있었던 것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수십 년 지났고 아무런 연락과 도움도 오가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동생이 내고 있는 의료보험으로 인해 A씨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다시서기 지원센터에서 단기간 봉사를 한 경험이 있는 분이 말하기를, 그와 같이 가족 중 누군가 의료보험을 내고 있기에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노숙인이 상당히 많고 자신이 봉사를 한 6개월 동안에도 그와 같은 분을 많이 보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노숙인을 법으로 정의하고 있고, 그분들을 보호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법이 있습니다.
1) 대한민국에서 노숙인 정의 - 법제처(2011),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첫째,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거리 노숙인)
둘째,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시설 노숙인)
셋째,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만화방, 사우나, PC방, 쪽방 생활자 등)
2) UN이 정의한 노숙인 기준
첫째, 집이 없는 사람과 옥외나 단기 보호 시설 또는 여인숙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둘째, 집이 있으나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셋째,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과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는 사람
대한민국 법률을 아무리 자세히 살펴보아도, 의료보험을 내고 있으면 거리에 지내지만 노숙인이 되질 못한다는 항목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에서는 500억 원의 예산을 매년 사용하면서도 5000여 명의 노숙인 의료 지원을 제대로 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 500억 원 중에서 240억 원의 예산을 각종 노숙인 지원 단체, 시설, 쉼터, 지원센터 직원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거리 노숙인이 병들대로 병든 몸으로 겨우 찾아간 지원센터에서는 면박을 주면서 거절해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의 '노숙인 복지법'은 누구를 위한 법이고,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가요?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예산의 상당부분이 사용되고 있는가요? 곁에서 보자니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현재 서울의 거리에는 노숙인이 상당히 많이 계십니다. 그중 외국인 근로자로 왔다가 사고를 당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분도 계시고, 생계수급을 받았지만 사정이 생겨 수급이 끊어진 분도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기에, 또는 수급자였기에 노숙인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지난 7년간 프레이포유 사역을 하면서 끊임없이 드는 생각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완벽하게 가난하고 철저하게 버림받은 대한민국 국적의 노숙인만 찾고 그들만 지원하기 원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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