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쾌락의 정원> 중 지옥의 장면(오른쪽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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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패널의 주제는 중앙 패널의 환락이 가져온 결과, 즉 지옥의 장면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옥의 온갖 그로테스크한 생물체들, 하이브리드 동물들, 그리고 지옥에 떨어진 죄인들이 만들어내는 이 악몽의 드라마를 보고, 보스가 그냥 단순히 이단적인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그가 사람들에게 종교적, 영적인 교훈을 주려고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정설이다. 보스는 분명히 종교적 믿음이 강했던 북유럽 지역에서 산 미술가였고, 그 역시 사회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끔찍하고 괴상한 괴물들, 악마들, 그리고 독창적인 고문 장면의 비전들 때문에, 그가 혹시 환각제를 사용하고 이것들을 그리지 않았나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아마도 이러한 형상들은 그의 창의적인 발명일 것이다.
중세 사람들이 지옥의 모습과 신의 징벌이라는 개념에 익숙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농부나 노동자 계층, 혹은 중산층까지도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척박한 삶을 살았다. 대체로 14세 무렵이면 결혼해 아이를 낳고, 24세 정도가 되면 죽었다. 기근이 들면 굶어 죽었고, 괴혈병, 천연두, 종기, 페스트 등 온갖 질병에 시달렸던 중세인들의 곁엔 언제나 죽음이 가까이 있었다.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발달한 첨단 의학의 혜택을 받으며 100세 인생을 기대하는 현대인이 상상할 수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히에로니무스 보스라는 천재적 크리에이터는 중세인들이 가졌던 지옥의 관념을 전례가 없는 어마어마한 상상력으로 재현한 것이다. 르네상스의 천재는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나 미켈란젤로만은 아니었다.
우리를 사로잡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매력
20세기 초현실주의 회화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와 이브 탕기(Yves Tanguy)는 히에로니무스의 이미지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그들의 작품에 차용했다. 그리고 1960년대 반전운동, 68혁명 등의 사회적 움직임을 배경으로, 기득권층의 보수적 가치에 반기를 든 록 스타 짐 모리슨(Jim Morrison)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바보들의 배 The Ship of Fools>를 보고 같은 제목의 곡을 만들어 불렀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제일 인기 있는 그림 중 하나인 <쾌락의 정원> 앞에는 연일 사람들로 북적여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16년, 그의 탄생지인 네덜란드 덴 보스의 작은 미술관에는 서커스와 연극, 멀티미디어를 조합하여 제작한 <보스 드림즈 Bosch Dreams>를 보러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왔으며, 지금도 전 세계를 성황리에 순회공연 중이다. 500년 전의 이 화가가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갖 첨단 CG 기술을 사용한 현대의 판타지 영화 저리 가라고 할 만한 기발하고 환상적인 비전들이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들에 넘쳐흐른다. 볼거리도 많고 자극적인 것도 많은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여전히 그의 그림 속 비전들에 사로잡히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 영원히 존재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각, 죽음에 대한 공포, 원죄 의식,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참고문헌>
*Brittany R. O'Do No 03wd, "Passing Time in "The Garden of Earthy Delights" by Hieronimus Bosch, INQUIRIES, 2014, Vol 6
*Alexxa Gotthardt, "Decoding Bosch's Wild, Whimsical <Garden of HieronEarthly Delights>", Artsy, Oct 18th, 2019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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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찔리고 잡아먹히고... 이 무서운 그림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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