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6시께 대구시 북구 산격동 대구우편집중국에 소포·택배 등 우편물이 쌓여 있다. 우편집중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최근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물량이 명절 수준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식료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장보기의 80퍼센트를 내가 가입한 생협 매장에서 해결해 왔지만,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생필품 소비 구조를 확 바꿨다. 생협 물품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건 기본이고, 평소에 잘 들르지 않는 각종 온라인몰에서도 이것저것 시키고 있다.
가장 많이 시키는 물품은 각종 반조리 식품들이다. 평소에는 즐기지 않는 것들이었지만 요즘 같은 때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돌도 씹어 삼킬 기세인 초등학생 둘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치기 때문이다. 개학 연기에 외출 자제로 온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하루 세 끼에 세 번의 간식까지 챙겨주려면 쉴 틈이 없다. 밥 차려주다 하루가 다 가 버리는 지경에 이른다.
종일 주방에만 있을 수는 없기에, 컵밥은 물론이고 컵피자, 냉동피자같은 걸 비상식량으로 주문한다. 포만감이 드는 냉동만두, 냉동 핫도그 등의 간편식들도 골고루 장바구니에 넣는다. 어른들을 위한 식품도 하나둘 추가한다. 급속냉각 상태로 오는 곰탕, 육개장, 심지어 곱창전골까지.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는 걸 보며 '택배는 안전할까?' 하는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다. 하지만 엄마도 좀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나름대로 찾은 타협점이다.
평소라면 아이들 문제집도 서점에 가서 직접 비교해 보고 구입했을 텐데 올해는 비교해 볼 겨를도 없이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했다. 내가 읽을 책도 다양하게 샀다. 도서관이 휴관에 들어가기 전에 발 빠르게 책을 대여해 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네 독립책방에서 파는 '자가 격리 세트'를 택배로 받아보기도 했다. 책방지기가 알아서 골라 보내주는 터라 제목을 알 수 없었지만 지역 소상공인과 연대하는 차원에서 믿고 주문해 봤다.
택배 기사님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법
나처럼 인터넷 장보기를 하는 사람이 늘면서 택배 물동량이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현관 앞까지 물건을 배송해주는 택배기사님들 또한 바빠졌을 것이다. 그분들의 수고로움에 보답하고 싶어 팩에 음료와 과자를 넣어 드리기도 하고, "많이 바쁘시지요? 감사합니다" 하고 쑥스러운 한 마디를 건네기도 했다. "감사합니다!"라는 택배 기사님의 우렁찬 답변을 들으면 마음이 뭉클했다.
어느 비 내리는 스산한 날에는 테이크아웃 잔에 따뜻한 차를 준비해 건넸다. 택배 기사는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따뜻하네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전한 건 70도씨의 따스함인데, 100도씨의 뜨거움으로 받아주시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