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낙선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대구 수성갑)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소연
- 선거가 끝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다. 대구에 있는 한 정치학과 교수는 코로나 대처, 추경 예산 확보 등 김부겸이 떨어질 수 없는 선거였는데 졌다고 하더라.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핵심은 결국 지역민들이 보수 정당에 대한 귀속감, 일체감이 너무 강했던 게 아닐까 싶다. 저쪽은 불효하고 맘에 안 들지만, 내 자식이고. 민주당 김부겸, 홍의락(대구 북구을)은 고맙고 기특하기도 하지만, 남의 자식 같은 거고. 마지막에 내 자식이 '다 죽게 생겼다'고 울었거든. (현 정부가) 사회주의 개헌한다고, 막아달라고. 대구가 무너지면 큰일 난다고. 그래서 대구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전국 투표율 66.2%, 대구 67%) 어휴, 우리 지역구는 다른 지역보다 무려 7~8%p 투표율이 뛰어 올랐다 (수성갑 투표율 74.9%). 김부겸이 아깝기는 하지만, 보수정당을 지켜야 한다는 것보다 더 앞선 가치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 대구의 민심이 참으로 이중적이다. 통합당에게 몰표를 줬으면서도, 총선이 끝난 후에는 김부겸과 홍의락 등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앞으로도 대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더라. 서운하지 않았나.
"(씁쓸한 웃음) 야속하지 뭐. 그러나 어떡하겠나. 정치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도 아니고. 담담하긴 해도 '그런 정도의 심정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주시지' 하는 아쉬움은 들었다."
- '코로나에 대해 명확한 해법을 못내 TK가 심하게 회초리를 들었다'고 언급했다. 대구시민들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정확한 분석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내가 아니라 대구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한다고 이야기를 했던 건데, 언론에서 그걸 제목으로 뽑아 마치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해놨더라. 그건 엉터리지.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이고. 선거 사흘 전 밤에 50대 남성이 선거사무소에 계란을 투척하고 벽보를 썼는데 '문재인 코로나'라고 썼다. 하도 황당한 소리라 무시했지. 상대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대구를 생지옥 만들고, 대구 시민의 공을 가로채갔다'면서 억울하다고 했다. 50대 남성이나 4선 국회의원이 그리 말하는 게 대구 정서였다."
김부겸의 공장론과 상품론
- 선거가 끝나고 대구의 정치적 고립을 우려했다.
"한 지역의 정치적 고립은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군부독재 30년 동안 그런 피해와 불이익을 호남 분들에게 덧씌웠다. 그러나 그분들은 자신들을 향한 무도한 학살 행위가 정당화 돼선 안 된다는 절박한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도시를 지켜냈고, 민주화 성지로 승화시켰다.
대구는 지난 20년 이상 경제가 침체됐다. 전통 제조업도 쇠퇴했다. 도시민들이 자신들의 가치, 혹은 미래라고 움켜쥘 만한 게 마땅치 않다. 정치적으로까지 사실상 고립됐다. 젊은이들에게 '우리 이렇게 해보자' 하는 게 불가능하다."
- 대구의 정치적 고립을 김부겸이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4월 24일 봉하마을에 가서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뵙고 밝혔듯이 대구에 똬리를 틀고 있는 기득권 세력, 지역 패권을 쥐고 있다고 하면서 도시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비전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이들과 정면승부를 하려고 한다. 그 기득권을 깨부셔보겠다.
이번에 보니 20-40 세대들은 정당 귀속감이 없더라.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과) 똑같다. 그 이상의 세대들은 사회경제적으로 기득권이다. 그들의 기득권이 오히려 대구라는 도시의 미래에 질곡이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말이지. 그래서 그것에 대해 고함도 치고 호소도 하고, 그걸 뚫고 나가자고 젊은이들에게 촉구하고, 그런 일들을 총체적으로 하겠다.
사실 우리 후보들은 인물론으로 승부했다. '공장이 마음에 안 들어도 상품이 괜찮으니 써주세요' 했는데, 이제는 그런 방법으로 안 될 것 같다.
공장도, 상품도 괜찮다고 당당히 이야기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 대구에서 민주당계열의 비례정당(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 득표율이 20%였다. 후보 평균 득표율은 30%였다. 평소 당 지지율이 25%가 나오는데 이를 10%p 정도를 올려 35%까지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 후보들이 자력으로 당선이 가능하다. 젊은층 지지를 늘려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 스토리닷 유승찬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대구에 갇혀서는 김부겸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민심은 김부겸에 대해 안타까워 하면서도 왜 대구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 싸우지 않나하는 답답함이 있다.
"이런 판에서 왜 졌을까 하는 거겠지. 걱정은 선거 결과 자체보다 미래다. 거기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물론 그 사람들에게 다시 상처 줄 생각은 없다. 다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구조적으로 이런 정치적 선택을 은근히 강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을 하겠다. 그분들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해서 제 미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득권을 깨부수겠다고 말한 거다."
-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서 지난 2018년 당 대표 선거에 나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김부겸 의원이 쓴 <나는 민주당이다>에서 보면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노무현 최고위원이 본인에게 '서울대학이나 나온 놈이 무슨 정치를 그렇게 하노'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상황 돌파력이 부족한 걸 지적한 말이 아니었을까?(당시 통추 막내였던 김부겸은 선거에서 두 번 떨어지고, 억울하게 간첩사건에 엮여 정치적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때였다.)
"노무현 대통령 눈에는 '야, 앞뒤 뭘 재고 있어, 야 인마 들이박고 돌파하는 거야' 말하고 싶었겠지. 저도 모르게 먹물이 들어선지 모르겠지만, 2018년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건 책임감이라고 봤다. 당시 언론에 마치 문 대통령이 허락하면 나간다는 식으로 잘못 보도됐지만, 부처 장관이 자기 정치 일정을 위해서 마치 회장한테 사표 내듯 그런 식으로 할 순 없는 거다. 공직 생활의 무게를 느낀 분들은 제 고민을 알 거다. '왜 순발력있게 못 치고 나가냐'는 비판은 있겠지. 그런데 그렇게 생겨 먹은 걸 어쩌겠나(웃음)."
"당권 도전 고민하는 거죠" 묻자 웃으며 "그럼 고민도 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