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이 맞지 않는 수저를 보니 남편의 모습이 그려진다.
서원경
코로나로 남편과 떨어져 지낸 지 5개월째에 접어든다. 남편은 중국에, 아이들과 나는 한국에서 오가지 못하고 생이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가 한창 심각할 때는 중국 내 식당이며 가게들이 영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외식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을 남편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TV와 라디오, 인터넷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외로운 일이다.
그래도 남편은 내색 없이 잘 지내주었고 냉동실에 채워 넣어두었던 비상 식량들로 끼니도 잘 챙겨 먹었다.
남편은 군대 시절 1년 정도 취사병으로 지내서 요리는 제법 할 줄 안다. 칼질은 나보다 잘해서 내가 부탁할 때도 많다. 그래도 우리 집에서는 주로 내가 요리를 담당한다.
때문에 남편이 주방에 들어올 일이 많지는 않았다. 코로나로 떨어져 지낸 초반에는 '식용유와 소금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압력밥솥에 소리가 나면 몇 분 후에 불을 꺼야 하는지' 등을 물으려고 수도 없이 연락해왔다. 이제는 남편도 주방 일에 제법 익숙해진 듯하다.
사진 한 장에 담겨 있는 마음
남편은 내가 걱정하는 마음을 알아 가끔 밥 먹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다. 냉동해 놓은 사골국을 데우고, 삼겹살을 굽고, 챙겨뒀던 밑반찬에 계란 프라이를 구워내 한상을 차렸다. 짝이 맞지 않는 수저를 보니 남편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사진을 찍어 보낸 날 남편이 메시지를 보냈다.
"그동안 당신 참 고생했어. 매끼 메뉴 고민에 반찬 만드느라 정말 힘들었겠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면서도 "하핫, 그걸 이제 알았어?" 하고 답을 보냈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응, 고기 굽고 계란 프라이만 했을 뿐인데 주방이 엉망이야. 중국 오면 많이 도와줄게."
혼자 밥 먹고 치우는 것을 5개월이나 반복하려면 본인도 힘들었을 거다. 남을 해먹이는 일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나 혼자 먹으려고 밥을 차리는 일이다. 내가 요리를 해보니, 혼자 먹으려고 국을 끓이고 고기를 굽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알게 되었다.
주말 아침을 먹으며 '점심 뭐 먹지' 하고 혼잣말을 할 때면 남편은 "그냥 간단히 먹자, 비빔밥 어때?" 하고 대답하는 사람이었다. 비빔밥이 어디가 간단한가... 각종 채소들을 손질하고 볶아야 하는데. '간단히'라는 말만 뺐어도 이해했을 것이다. 결국은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하려고 주방 앞에 서게 되지만, 이럴 때는 정말 그가 취사병이었는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남편도 취사병으로 매일 주방에 있을 때는 힘들었을 거다. 다만 지금은 그 일을 주요 업무로 하는 건 아니다 보니 잊었으리라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오랜만에 가사 노동을 해보니 잊고 지냈던 힘든 과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밥 먹는 일은 매일 있는 일이고 특별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이 행위에 의미를 부여할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 대수롭지 않은 게 대단한 일이 되어버렸다.
남편은 직접 경험하며 느낀 수고로움을 표현해 주고, 나는 뭘 먹을지 혼자 고민하며 주방에서 이리저리 움직였을 남편 모습을 그리며 짠해졌다. 코로나가 여러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이런 내 마음을 애써 숨기고 남편에게 "내가 중국 가도 그 마음 변하지 않을 거야?" 하고 물으니 "응!"이라고 대답한다. 정말 그 말을 믿어봐도 되겠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코로나로 떨어져 지낸 지 5개월, 남편이 보내온 밥상 사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