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실시된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의 집회금지조치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 공공운수노조, 공권력감시대응팀, 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시민노동단체 주최로 열렸다.
권우성
코로나19가 드러낸 차별과 배제, 혐오와 낙인은 오래전부터 뿌리 내리고 있던 것들의 발현일 뿐이다. "세상 망해가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계는 갑자기 망한 것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노동자가, 이주민이, 성소수자가, 장애인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와 잠시멈춤은, 우리의 관계를 차단하고 우리의 삶을 멈추라는 뜻이 아니다. 멈춰야 할 것은 나의 일상이 아니라 지금의 혐오, 지금의 해고, 지금의 불평등이다.
'거리두기'가 우리의 관계를 차단할 수는 없다. 거리를 둬야 할 것은 지금의 사회적 재난을 만들어낸, 뿌리 깊은 차별과 배제다. 점점 더 많은 존재가 멈추어지고, 점점 더 많은 관계가 차단될수록, 코로나19의 위기를 만들어낸 불평등의 뿌리는 깊어질 것이다.
코로나19의 '극복'은 '신규 확진자 0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숫자로 이 위기를 설명하려 하지 말라. 확진자가 0명이라고 해서 우리 모두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확진자가 50명이라고 해서 광장을 비워야 할, 거리에서 쫓겨나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바이러스의 종식만으로는 이 재난을 극복했다고 할 수 없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한 발 물러나는 것만으로는, 어떤 존재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
'안전'은 누구의 안전인가. 국가의 '방역'이 유보하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해야 한다.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에 가려져 있던 사람과 관계, 장면과 사건을 말해야 한다. 차별과 배제로 인한 위기의 불평등이 우리 모두의 사회적 재난임을 외쳐야 한다.
바이러스가 사라진 세상을 넘어 차별과 배제와 혐오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떠올리고, 기억하며, 우리는 더욱더 연결되고 만나야 한다. 결국 이 위기는 '사람'의 위기다. 위기를 막기 위해 사람의 존엄과 평등을 저버리면 그게 과연 무슨 소용이라는 걸까.
그러나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우리의 연대가 그 세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다. 인권은 멀지 않다. 인간의 존엄과 평등은 서로가 서로를 마주함으로써 증명되고 완성된다. 텅 빈 광장을 보며 마음 아파하다가도, 다시 거리에서 만나며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는 우리가 다른 세상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의 연대에는 그 어떤 거리두기도, 잠시멈춤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연대는 그 어떤 존재도 유보하지 않는다. 그것이 감염병으로 다시금 시작되는 21세기에 우리가 인권을 외치는, 외쳐야 하는, 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음 기사] [코로나19, 인권을 말하는 이유②]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재감염'보다 'OOOO'을 더 무서워했다 http://omn.kr/1oav1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고질적인 거북목 때문에 힘들지만 재밌는 일들이 많아 참는다. 서울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유하기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로 이 위기를 설명하려 하지 말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