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영 활동가는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불평등을 경험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집회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환
재난지원금 신청은 집 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었다. 핸드폰이 없으니 온라인 신청도 쉽지 않고, 카드와 통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다 보니 재난지원금 신청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에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등은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들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정부에 '찾아가는 신청'으로 현금 지급 방법을 제안했다. 이후 서울시에서는 전담창구 3곳을 마련해 홈리스들이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윤영 활동가는 "집회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모이고 말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다 보니, 재난 상황에서 불평등을 경험하는 이들이 항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빼앗겼다는 것.
'집회가 없어졌다고 해서 강제철거를 멈추는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처럼, 연초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세상을 떠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은 구청에 의해 철거되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반대 농성을 이어온 구시장 상인들과 대구 동인 3-1지구 철거민 등을 상대로 강제집행이 진행되기도 했다. 사람은 안 되고 음향만 집회신고가 된다고 해서 음향만 틀어놓고 싸운 지역도 있었다.
코로나 방역에 대한 질문 바꿔야 할 때
김윤영 활동가는 코로나 방역에 대해 질문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실 코로나 초기부터 방역대책이라는 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 비대면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 눈높이에 맞춘 대책이었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지만,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한 대책은 없었고, 자가격리 시에 다른 가구원들과 2미터 이상 거리를 확보하고 위생시설을 따로 사용하라고 권고했지만,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들은 방역지침을 지킬 수가 없었다.
"비대면을 강조하다 보니 급식이 중단되고, 활동보조서비스가 중단되고, 집회가 금지되었어요. 코로나가 장기화 되어가는 시점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비대면을 위한 조건이 아니라 대면을 위한 조건, 대면하면서도 안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감염병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 방역대책을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코로나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경제위기로 실업의 위험은 커지고 있고, 거리로 내몰릴 사람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뉴노멀, 비대면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대면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2미터 거리두기는커녕 배고픔을 먼저 걱정해야 하고, 모이고 말할 권리마저 빼앗긴 이때 '안전하게 대면할 수 있는' 방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아랫마을'에서 밥 먹고 갈래요?
코로나는 비영리 인권단체 운영도 어렵게 한다. 코로나 이후 단체가 더 어려워지지 않았는지 물었다.
"항상 마이너스고 늘 적자라서(웃음). 올해 후원주점을 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통장에 200만 원밖에 안 남아 있거든요. 월세 한 달 낼 수 있는 돈인데. 진짜 걱정이에요."
두 시간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는 걱정만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