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회용품에 담긴 음료는 사지 않는다.
최은경
"오늘 커피는 제가 쏘겠습니다."
새로 온 직원이 무얼 마실지 물어가며 메모지에 주문을 받는다. 내 앞까지 와서 묻기에 정중히 말을 건넸다.
"내 건 시키지 마요."
호기롭게 주문을 받던 직원이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단호하게 다시 한 번 말해주었다.
"앞으로도 제 커피는 사오지 마세요. 전 일회용품에 담긴 음료 안 먹습니다."
나는 일회용품에 담긴 음료는 사지 않는다. 누가 사준다고 해도 정중히 거절한다. 처음엔 낯설어하고 핀잔을 주던 주위 사람들도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익숙해진 눈치다. 삼삼오오 커피숍을 들를 때에도 음료를 머그컵이나 다회용 잔이 아닌 일회용 용기로만 판매하면 일절 주문하지 않는다.
일회용품,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물건을 안 쓰려고 노력한 지 몇 년이 지났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시나브로 그렇게 된 것이다. 하여튼 나는 그렇게 되었고, '일절'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분리배출(수거)되는 재활용 쓰레기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고, 재활용품처럼 인식되지만 오히려 반환경적인 쓰레기도 많다는 걸 확인한 때부터다.
되도록 친환경제품을 구매한다.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환경보호 효과가 적고 방법도 어려웠다. 후배 덕분에 얻게 된 플라스틱컵을 양치컵으로 1년 써 본 경험으로 볼 때, 종이컵보다 나았다. 종이컵은 금방 물러지고 세척이 어려운 반면, 플라스틱컵은 세척이 쉬웠고 더 튼튼했다.
플라스틱컵의 승리라기보다는 종이컵의 패배였다. 생각해보면 종이라는 이유로, 쉽게 소비되고 재활용 되지 않는 종이쓰레기가 무척 많다. 햄버거 포장용기처럼 코팅이 되어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한 종이부터 박스테이프 등으로 오염되어 있는 종이, 플라스틱이나 철제 부분과 함께 버려지는 종이 등등.
플라스틱의 경우에도 뚜껑과 몸통과 비닐 상태로 재활용 여부가 갈리는 PET음료수병, 재질이(재활용 여부가) 다른 플라스틱이 섞여 있는 장난감 등등 분리배출 자체가 어렵고 힘든 경우도 많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재활용 용도별로 분리배출했는데 허무하게 합쳐져서 운반 폐기, 매립되는 쓰레기들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TV에서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자는 공익광고를 봤다. 올바른 분리배출(수거)이 맞는 말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 세상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이제부터라도 절실히 노력해야 한다. 국가(정책), 기업(생산), 판매(도소매,배송), 소비, 배출, 수거 단계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고 엄격한 기준과 실행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나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아무리 줄인다고 해도 내가 쓰고 버린 일회용품이 0개 미만일 수는 없다. 성실하게 분리 배출하는 것보다 소비의 행태를 바꾸는 것, 궁극적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방법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며, 누구나 할 수 있고 모두가 해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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