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엄띄엄?앉아서?가게?될?줄?알았는데 웬걸!?중국행?비행기는?초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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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표현하면 1년 중 90%를 중국에서 지내며 20년 넘게 살았다. 코로나19는 부족함 없었던 모든 상황과 처지를 마치 쓰나미처럼 삼켜버렸다. 공항 카운터에서 짐을 부치고, 여권 심사를 받고, 게이트 근처 어딘가에 앉으니 그제야 한국을 떠나는 것이 실감된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말해 무엇하랴.
기내로 들어섰다. 띄엄띄엄 앉아서 가게 될 줄 알았는데 웬걸! 중국행 비행기는 초만원이었다. 완전 만석으로 다닥다닥 붙어 앉은 비행기 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무색할 뿐이다. 아마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눈을 감고 조용히 마음을 추스리며 지난 8개월을 돌아봤다. '이런 시간이 왜 내 인생에게 주어졌을까' 그리고 이 시간들을 한 마디로 정리해보니, 역시 '감사' 그 단어만 떠오른다. 귀한 얼굴들이 하나하나 떠올랐고, 마음으로 감사를 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큰 굉음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달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 의자 뒤로 몸이 쏠리며 공중으로 붕 뜨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바로 이 느낌이지' 놀이공원 열차를 탄 듯 내장이 살짝 울렁대는 이 느낌. 내가 비행기를 탄 게 맞긴 맞구나. 가는구나…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내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기내식이 나왔다. '얼마만이냐, 너 기내식.' 그런데 눈 앞의 기내식을 바라보며 함께 앉은 세 사람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실은 저녁을 못 먹은 터라 시장도 했지만, 이걸 먹기 위해 마스크를 내릴 거냐, 그냥 꾹 참고 마스크를 쓰고 있을 거냐 하는 고민이었다. 안전이냐 배고픔이냐, 먹느냐 쓰느냐. 생각보다 진지하게 고민이 되는 거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잠시 후 왼쪽 여성분이 용감하게 기내식 박스를 열었다. '그래, 사람이 일단 먹어야지.' 나도 얼른 식사기도를 한 후 박스를 열었다. 불고기 덮밥을 한술 떠서 맛있게 우물거리고 있는데 오른쪽 남성분이 승무원을 부르더니 기내식을 돌려준다. 그러자 왼쪽 여성분도 잠시 머뭇거리더니 기내식 박스를 닫는다.
'뭐지?' 잠시였지만 그때 나는 코로나고 뭐고 먹는 것만 탐하는 식탐꾼이 되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끈대는 얼굴을 무표정하게 유지하며 먹고 있는 나를, 양쪽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중국 공항에 나타난 우주복 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