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부동산 전세대책 발표를 앞둔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연합뉴스
공적임대주택에 대한 시각, 변해야 한다
임대주택은 예전부터 '없는 사람들의 집'이었다. 그래서 임대주택을 지으면 주변 집 값이 떨어진다고 한다. (반대로 주변 집 값이 오른다는 연구도 꽤 있다.) 또 재개발로 동일단지 내에 지어진 임대주택은 일반분양 주택소유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의 대상이기도 했다. 임대주택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함께 배정되는 것을 꺼린다거나 담장을 설치해 단지내 놀이터 이용을 막거나 진출입로를 구분하기도 한다.
이제 '임대주택은 없는 이들의 집'이라는 인식을 깨야한다. 이같은 인식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공적임대주택을 일반주택처럼 '잘' 짓고, 그 수혜대상을 폭넓게 운영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일이다. 이번 전세대책을 통해 소위 소셜믹스나 임대주택의 시설수준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그래서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얼마나 공급하냐'에 있다. 지난 9년간(2011~2019) 우리나라의 공적임대주택은 102만호에서 166만호로 44만호 증가했다. 그 기간 전체주택에서 공적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5.6%에서 7.9% 정도로 다소 높아졌다. 다소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부족하다. 굳이 유럽내 사회주택을 많이 보급하는 나라와 비교해서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우리의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없는사람들의 집이라는 인식, 다양한 공급 형태로 없앨 수 있다
공적임대주택은 '없는 이들의 집'이 아니라 주택시장에서 '자산이익으로부터 자유로운 집'이라는 주거기능에 충실한 집이다. 주택시장을 양분하는 매매(임대)주택과 공적임대주택의 구조 안에서 공적임대주택은 매매주택을 대체하는 기능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집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향유하지 못한다고 해서 집이 아닌 것은 아니다. 자산차익을 포기하더라도 충분한 주거기능으로만 소비할 수 있는 집은 시장 내에서 일정부분 주택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이제 공적임대주택을 바라보는 시각을 이렇게 전환하자는 것이다.
공적임대주택의 필요성은 국내 인구구조나 가구구조 변화에 대비해서도 필요하다. 고령화와 가구분화(1~2인가구) 속도가 가파르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주거수요는 어떤 식으로든 충당을 해야 한다.
현행 제도 아래서 이런 수요를 흡수하기엔 걸림돌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자산, 소득기준은 되더라도 임대료를 못 내거나 임대료는 낼 수 있지만 자산 기준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수계층을 위한 최저수준의 주거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면 충분한 공적임대주택을 건설해 사회적 자본으로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통 큰 공적임대주택 정책
현재 우리나라의 임대주택의 유형은 민간임대를 포함해서 약 20가지 형태로 나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도가 손질되어 명칭도 다양하지고 민간임대사업을 유도하는 유형도 다양해졌다.
원활한 공급을 하기 위한 핵심은 재원 마련이다. 무엇보다 시중의 많은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안정된 일정 수익을 정부가 보장하는 '공적임대주택 건설채권(장기 30년이상 투자형채권)'을 발행해 개인, 연기금, 공제회, 민간법인 등으로부터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필요한 경우 공공주택사업자제도를 정비하여 사업자 범위도 확대하고 사업자와 재원조성이 분리된 연계개발 등의 형태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어디에 짓느냐의 문제는 정책적 결단을 요한다. 미래 주택보급율 120%를 가정하면 주택총량으로 2400~2500만호 정도가 필요하다. 이중 공적임대주택을 장기적으로 15% 정도만이라도 운용할 수 있다면 360만호의 공적임대주택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