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계속, 대학가 현장 실습에도 대책 필요

[주장] 간호학과 학생들 현장 실습 온라인 등으로 대체... 학생간 형평성 문제도

등록 2020.11.27 10:21수정 2020.11.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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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ㅇㅇ병원 모성간호학 실습이 취소되었습니다. 내일 긴급 zoom(화상 채팅 플랫폼) 수업이 있겠습니다."

2020년,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간의 삶엔 수많은 변수가 들이닥쳤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전 세계는 속수무책이었다. 교육현장 역시 아무런 준비 없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이른바 'ㅇㅇ사이버 대학', 자신의 대학교 이름에 사이버라는 단어를 추가하는 행위가 유행했다. 이렇게 학생들은 모든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듣는 자신의 상황을 자조적으로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조적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실습 교육이 필수인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현재 현장 실습 교육은 온라인 실습이나 교내 실습으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병원은 코로나19와 직결된 곳이기 때문에 현장 실습을 강행할 수 없다. 각 학교마다 교수와의 컨퍼런스, 시뮬레이션 실습 등 여건이 허락하는 내에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학생마다 실습 경험과 횟수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간호학과 학생이 VR 증강현실을 활용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모습.
간호학과 학생이 VR 증강현실을 활용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모습.방현진

"실습 나가서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서울 소재 한 보건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김아무개(21)씨는 올해 일곱 개의 실습 과목 중에서 세 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교내 실습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반면 동일 학교·학과·학년에 재학 중인 이아무개(29)씨는 두 과목, 박아무개(26)씨는 한 과목만을 현장에 나가 실습할 수 있었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 재학중이지만 반이나 조에 따라 실습 시기와 지정 병원이 달라져 실습 경험은 천차만별이다. 

김아무개씨는 이런 상황에 불안감을 표했다.

"학년, 학기마다 정해진 실습 내용이 있고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 할 수 없는데 다른 친구들이 경험한 부분을 저는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막연한 불안감이 생겨요."

김씨는 현장 실습은 취업 시 자기소개서의 일부분이 되는데 이러한 점도 미래에 불리하게 작용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또한 내비쳤다. 


이아무개씨는 현장 실습을 학교나 학생마다 다르게 하기 때문에 실무를 접할 때 그 경험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장 실습에서 느낄 수 있는 병동의 분위기나 일의 흐름 등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수 상황인 만큼 입사 시 직접적인 불리함은 없겠지만 현장 실습을 경험한 학생들에게 눈길이 갈 것 같다는 현실적인 불안감 또한 드러냈다.

현장 실습 시 학생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해도 현장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은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아무개씨 또한 이론으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배우는 것은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실습 경험이 있는 학생은 상황 대처 능력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 교실의 모습
코로나19 시대 교실의 모습pixabay
  
학생들은 현장 실습의 기회를 공정하게 배분하고, 부족한 실습을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 경험 없이 현장에 내던져질 학생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현장 실습을 하지 못 해 취업 시 불이익은 없을지, 임상에서 잘 적응하고 버틸 수 있을지 늘 걱정한다는 막막한 심정을 표현했다. 또한 이런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는 또 다시 대유행을 맞이하고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확진자 폭증을 당장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학교와 병원이 실습 기간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낮은 시기에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습 기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여 학생 간 현장실습 횟수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졸업 전까지 이수해야 하는 실습 시간을 대체 실습으로 채우기만 하는 것은 미봉책이다.

학교마다 다른 실습 인프라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실제 상황 재현이 가능한 모의병동을 갖춘 대학이 있는 반면 기본적인 도구만이 구비된 대학이 있는 등 대학마다의 인프라 또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시국만을 탓하기 보다는 학교와 병원, 관련 기관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때이다.

바야흐로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가 왔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 또한 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유행 시기에 실습이 배정된 학생들은 대체 실습의 기회를, 운 좋게 확진자가 적은 시기에 실습이 배정된 학생들에게 현장 실습의 기회를 주는 것은 학교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언 발에 오줌을 누어봤자 동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공정하게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언택트 #간호학과 #실습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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