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집 표지촛불시집 앞 표지
지요하
'편집후기'에도 적었지만, 3부로 가름한 시들을 놓고 잠시 고민을 했다. 애초엔 그 시들을 '유고작품'으로 남겨 두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훗날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앞섰고, 또 훗날 남의 손으로 폐기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따라왔다. 결국 50여년만의 공개 쪽을 선택했다.
3부 22편의 시들 중에서 두세 편은 1991년 <흙빛문학> 15집 (창립 10주년 기념 '창립회원 특집')에 발표하기도 했지만, 20여 편은 온전히 최초 공개다. 어쩌면 이번 시집이 50여 년 전의 시들을 공개 또는 방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나를 거들었다.
시마다 '주석'을 달았는데, 낭송시들은 낭송 일자와 낭송 장소, 그리고 행사 이름 등을 명기했다. 3부는 시마다 시가 보여주거나 유추케 하는 50여 년 전의 생활상, 주변풍경, 애환 등을 상기하며 간단명료하게 기록했다.
50여 년 전에 지었던 시들, 오래도록 골방 어딘가에 묻혀 있었던 시들을 찾아 읽어보고 편집 작업을 하면서 5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 찔끔 눈물이 나기도 했다. 늘그막에 제대로 시간 여행을 한 셈이다.
또 시를 짓고 시집을 낼 수 있을까
건강이 온전치 않아 이번 촛불시집이 내 평생의 마지막 작업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만약 이 촛불시집이 내게 어떤 계기를 가져다 준다면 나는 잔명을 유지하면서 소설은 짓지 못하더라도 시작은 좀 더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온전히 지병이 되어버린 듯 무시로 나오는 코가래와 허리 통증에 시달리면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나는 시집 마지막 글인 '편집후기'를 쓰면서도 최선을 다 했다. 여러 번 고치고 보충도 했다. 편집 완료된 전체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는 순간까지 붙잡고 늘어졌다. 그랬어도 미흡한 구석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살아가면서 간혹 떠오르는 시상을 붙잡고 간종그려 시를 짓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나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것으로 믿는 영감과 창조의지, 선한 의지, 내 정신자락에서 생겨나는 모든 작품들을 사랑하고 싶다. 오늘 비록 코 가래와 허리 통증에 시달릴망정, 그리고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지하는 신세일망정 '생각의 창'과 '양심의 길'을 계속 추구할 것이다.
내 안에서 영원불멸의 기운이 작동하고 있음을 굳게 믿으며…!
2021년 3월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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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아니었으면... 병마와 싸우며 시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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