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설레는 봄
이지은
그렇게 여기 저기 기웃대면 결국 어떤 것도 수확하지 못하는 거 아니겠냐고. 그럼 씨앗을 심는 행위 자체가 시간낭비 아니냐고. 아무것도 거둬 들이는 게 없다면 지금 당신이 쓰는 시간과 돈, 수고스러움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는 말한다.
그의 말이 아주 일 리가 없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 의견은 좀 다르다. 나는 아직 '나라는 밭'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최적일지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찾고 싶다. 그 과정에서 이 씨앗도 심어보고 싶고, 저 모종도 탐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는 그렇게 뿌리고, 심고, 어떻게 키우는지 배우는 일 자체가 즐겁다. 그런 행위 자체에서 의미를 느낀다.
최근 들어 내가 뿌린 씨앗으로는 바리스타 자격증, 가죽공예, 베이킹, 기념일 토퍼 제작, 블로그(사진, 글쓰기), 주식 등이 있다(아마 더 있을지도 모른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기사 쓰기 또한 아직까지 '씨앗뿌리기' 단계이다. 저런 결과물이 눈에 확연히 보이는 분야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소소한 습관들까지 범주에 넣으면 정말 종류가 많기는 많다.
혹자가 보기에 열정부자, 취미부자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한 그저 끈기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런 나의 성향이 결코 틀렸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수확물이 당장 안 보이는 게 뭐 어떤가. 수확 시기가 좀 늦어지면 어떤가. 꾸준히 할 자신이 없어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나는 이 편이 절대적으로 낫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게 잘 자랄지 영원히 알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