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봄처럼 삽니다

‘나라는 밭’에 어떤 작물을 심으면 좋을지 계속 찾으렵니다

등록 2021.04.02 08:25수정 2021.04.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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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계절은 항상 봄인 것 같아."


이 한 마디만 놓고 보면 굉장히 로맨틱한 말로 다가온다. 사방에 벚꽃이 휘날리니 더 그렇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사실 이 말에는 다른 뜻이 숨겨져 있다.

남편의 말인 즉, 인생을 크게 사계절로 나눠 봤을 때 봄〮여름에 씨앗을 뿌리고 땀 흘려 열심히 일하고 가꾸면, 가을〮겨울에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수확하여 결실의 기쁨과 뿌듯함을 만끽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본인이 보기에 나는 씨앗만 주구장창 뿌리고 있다는 거다. 꾸준하게 한 종류도 아니고 매번 다른 씨앗을!
 
 언제나 설레는 봄
언제나 설레는 봄이지은
 
그렇게 여기 저기 기웃대면 결국 어떤 것도 수확하지 못하는 거 아니겠냐고. 그럼 씨앗을 심는 행위 자체가 시간낭비 아니냐고. 아무것도 거둬 들이는 게 없다면 지금 당신이 쓰는 시간과 돈, 수고스러움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는 말한다.

그의 말이 아주 일 리가 없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 의견은 좀 다르다. 나는 아직 '나라는 밭'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최적일지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찾고 싶다. 그 과정에서 이 씨앗도 심어보고 싶고, 저 모종도 탐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는 그렇게 뿌리고, 심고, 어떻게 키우는지 배우는 일 자체가 즐겁다. 그런 행위 자체에서 의미를 느낀다.

최근 들어 내가 뿌린 씨앗으로는 바리스타 자격증, 가죽공예, 베이킹, 기념일 토퍼 제작, 블로그(사진, 글쓰기), 주식 등이 있다(아마 더 있을지도 모른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기사 쓰기 또한 아직까지 '씨앗뿌리기' 단계이다. 저런 결과물이 눈에 확연히 보이는 분야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소소한 습관들까지 범주에 넣으면 정말 종류가 많기는 많다.

혹자가 보기에 열정부자, 취미부자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한 그저 끈기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런 나의 성향이 결코 틀렸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수확물이 당장 안 보이는 게 뭐 어떤가. 수확 시기가 좀 늦어지면 어떤가. 꾸준히 할 자신이 없어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나는 이 편이 절대적으로 낫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게 잘 자랄지 영원히 알 수 없으니까.
 
 어떤 씨앗을 심어볼까
어떤 씨앗을 심어볼까pixabay
 
얼마 전 만난 오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뭔가를 항상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 말은 틀렸다. 한동안 나는 육아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의 밭에 아무것도 심지 않고 그저 내버려 두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나태해져 가는 내 모습에 실망하고 괴로워하다가 어느 날 해답을 찾았다.


나는 무언가를 시도하고 도전해야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첫째도 유치원에 가고, 둘째도 조금 자란 지금에야 약간의 여유가 생겨 잊고 있던 나의 밭에 씨앗도 심고, 물도 주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이 봄을 만끽할 생각이다. 내일은 어떤 아이를 심어볼까 생각하며 설레고 싶다.

얼마 전의 나처럼 어느 날 문득 삶에 권태가 느껴진다면, 평소에 혹은 예전에 해보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못해봤던 일에 꼭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끝까지 못해도 괜찮다. 멋진 결과물이 안 나와도 상관 없다. 해보려고 마음을 먹고 일단 시작하는 것. 거기서부터 설렘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끊임없이 시도하다 보면, 자신의 밭에 어울리는 운명 같은 씨앗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당신은 어떤 씨앗을 심어 보고 싶은가?
#사는이야기 #취미부자 #열정부자 #시작이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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