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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도수 술이 숙취가 더 적게 느껴지는 이유

술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과학의 원리

등록 2021.04.26 09:00수정 2021.04.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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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성인이 되고, 술을 마시던 어느날 친구는 나에게 술과 관련된 과학에 대해 알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식품 관련 학과를 다니면서 그런 것도 잘 모르냐며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갑작스럽게 오기가 생긴 나는 친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술의 기본, 발효

소주, 맥주, 막걸리 등 다양한 술에서 알코올이 없어졌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들을 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더이상 술이 아닌 음료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코올(에탄올)이라고 할 수 있다.

알코올은 효모라는 미생물을 이용해서 생산한다. 산소가 있을 때 효모는 세포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부산물로 물과 이산화탄소만을 배출한다. 하지만 산소가 없을 때에는 알코올발효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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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피디아
 
단당류는 당분자가 다른 당분자와 결합하지 않고 홀로 존재하는 형태를 말하고, 다당류란 당분자가 수십개이상으로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 식품화학길라잡이, 강일준 외 17인, 라이프사이언스
 
효모는 단당류(주로 포도당)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이외의 당이 투입된다면 그것을 단당류로 바꾸어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막걸리의 경우에는 쌀이 원재료인데 쌀 속에는 효모가 바로 사용할 수 없는 다당류인 전분의 형태로 당분이 존재한다.

그래서 다당류 속 당분자끼리의 결합을 끊어줄 수 있는 누룩곰팡이를 활용하여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과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포도를 원료로 사용하는 와인의 경우에는 포도 속에 존재하는 포도당과 과당 등의 단당류를 이용하므로 위와 같은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포도주를 비롯한 다양한 양조주를 보면 아무리 높아도 알코올도수가 10도 중반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이것의 원인은 알코올의 살균 효과 때문이다. 도수가 10도 중반에 가까워지면 살균 효과로 인해 점차 효모들이 죽게 되어 발효만으로는 그 이상의 도수를 얻어낼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통 소주나 위스키는 30도 이상의 높은 도수를 가질 수 있었을까?
 
더 높은 도수를 위한 증류

위 질문의 답은 증류 과정에 있다. 증류는 양조주에 열을 가해 증발시켜서 더 순수한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 증류는 끓는점이라는 물질의 특성을 활용한다.
 
액체상태였던 물질은 온도가 높아지면 끓어서 기체상태로 변하는 끓음(boiling) 현상을 보여준다. 주어진 압력하에서 끓음현상이 일어나는 온도를 끓는점(boiling point)이라고 한다. 액체인 물이 끓어 기체인 수증기로 변하는 것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끓음현상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끓는점 [Boiling point] (물리학백과)
 
물의 끓는점은 100도씨이고 에탄올의 끓는점은 그보다 낮은 약 78도씨에서 끓는다. 또한 다량 섭취하면 시력을 읽거나 사망하기도 하는 메탄올은 약 65도에서 끓는다. 이러한 물질간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서 물질을 분리하고 순도를 높일 수 있다. 증류 과정에서 메탄올을 버리기 때문에 낮은 도수의 술보다 높은 도수의 술을 마시면 오히려 숙취가 적게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다.

증류 과정을 이용하는 술로는 대표적으로 전통식 소주, 위스키, 보드카 등이 알려져 있다. 또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희석식 소주의 알코올을 담당하는 주정도 증류방식을 활용한다.

증류를 하기 위해서는 증류기가 필요하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소줏고리 또한 증류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증류 중에 증발한 알코올이 여러 재료를 지나가게 해서 술에 향을 더하는 특수한 방식도 있다. 이 방식으로는 주로 진을 만든다.
 
다양한 풍미를 더하는 숙성

위스키, 와인, 럼 등의 다양한 술이 오크통을 이용한 숙성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왜 이런 숙성 과정을 거치는 걸까? 그리고 왜 오크나무(참나무)를 사용하는 것일까? 첫 번째의 답은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풍미를 더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두 번째의 답으로는 오크나무의 미세한 구멍이 술은 새지 않으면서 적당한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기 때문이다.

먼저 오크통을 만드는 과정을 간단하게 알아보면 나무를 배서 판으로 가공하고, 판 여러 개를 결합하여 통의 형태를 만든다. 이후에 오크통의 내부를 굽는 과정인 토스팅을 한 후 마감한다. 이 토스팅 과정에서 오크나무 속의 성분들이 변화를 일으키며 좋지 않은 냄새는 줄이고 다양한 향기를 생성한다. 대표적인 변화로 불쾌할 수 있는 톱밥 냄새가 줄어들고 바닐라 향이 나는 바닐린 성분이 증가한다.
 
위스키는 이러한 오크통 속에서 오랜 숙성기간을 거치면서 복합적인 향을 얻고, 특유의 색을 얻게 된다. 와인 또한 오크통 숙성을 통해 오크향을 얻거나, 미세한 구멍으로 서서히 들어오는 산소를 통해 와인을 산화시키면서 맛과 향에 변화를 준다.
 
또한 처음 쓰는 오크통인지 아니면 몇 번 사용했던 오크통인지에 따라 나무 속 성분이 술에 주는 영향이 달라지고, 이전에 어떤 술이 담겼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맛과 향을 뽑아내는 침출

칵테일을 마셔보면 복숭아, 오렌지 등 다양한 과일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커피나 녹차 등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칵테일에 들어가는 다양한 리큐르 덕분이다.
 
확산 확산의 결과로 전체적인 농도가 비슷해졌다
확산확산의 결과로 전체적인 농도가 비슷해졌다영문 위키피디아
   
리큐르는 주정 등의 높은 도수를 가진 술에 과육이나 과일 껍질 등의 재료를 넣어서 특정한 맛과 향을 뽑아낸 술이다. 고농도인 지역에서 저농도인 지역으로 이동하여 서로의 평형을 맞추려는 확산의 원리를 이용하여 만든다.

주정은 약 95도 정도의 높은 도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과일 속 수분이나 맛, 향기를 가진 성분들을 쉽게 침출시킬 수 있다. 이후에는 설탕이나 색소 등을 첨가하여 각자만의 특색을 가진 리큐르가 된다.

지금까지 술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면서 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과학을 알아보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어떤 과학이 숨어있는지 찾아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참고문서]
발효식품학, 이삼빈 외 4인, 도서출판 효일
식품화학길라잡이, 강일준 외 17인, 라이프사이언스
증류주개론, 이종기 외 6인, 진한앰앤비
위키피디아
– 에탄올, 2021/04/23 접속, 2021년/04/19/22:50 마지막 수정
https://ko.wikipedia.org/wiki/%EC%97%90%ED%83%84%EC%98%AC
- 효모, 2021/04/23 접속,2021/03/17/09:15 마지막 수정
https://ko.wikipedia.org/wiki/%ED%9A%A8%EB%AA%A8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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