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한 건물철거 현장에서는 안전조치들이 되지 않았다. 인도 바로 옆 공사현장에 설치된 가림막은 철거현장을 가리고 먼지 막는 역할만 했을 뿐, 안전막은 없었다. 업체가 설치하지 않은 안전막 대신 가로수가 그나마 붕괴건물을 막아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인도와 차도에서 위험을 알리고 사람들과 차량을 통제하고 조절할 신호수들이 추가로 배치되지 않았고, 버스정류장은 철거 현장 바로 앞에 그대로 있었다. 철거작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해체계획서에는 해체공사 순서나 방법뿐 아니라 구조안전계획, 교통안전 방안, 안전통로 확보 및 낙하방지 대책 등 안전관리대책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언급되지도 이행되지도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의 철거공사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다.
해체계획서는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지자체가 허가하도록 되어있다. 형식적인 허가 절차는 거쳤다고는 하나, 어떤 방식으로 해야 안전한지를 우선으로 두는 계획서 작성과 검토는 아니었다. 아래층에 지지대를 세우고 위에서부터 한 층씩 아래로 철거하는, 안전하지만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방식은 선택되지 않았다.
흙더미를 쌓아 굴삭기를 올려서 닿는 곳부터 철거를 시작하다 보니 인도 쪽 벽면이 남게 되고, 아래쪽에서 파 들어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니 남은 벽이 도로 쪽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점검하고 안전대책을 세워야 하는 감리자는 비용 문제 등으로 상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현대산업개발은 재하도급은 없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공사과정에 대해 어떤 관리도 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철거공사 전체를 전문업체인 한솔기업에 도급을 주었고, 도급업체는 수주가격의 25% 정도 비용으로 백솔건설이라는 업체에 재하도급을 주었다. 불법이고 이것 자체로 문제다.
그러나 불법‧합법을 따지기 이전에 현실적으로는 하도급에 재하도급으로 내려오면 저렴하게 빨리 공사를 완성하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더 문제다. 재하도급업체는 쥐어짜는 공사만이 가능하다. 새로운 기술이나 공법은 비용이라는 벽 앞에서 아무런 힘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안전한 철거 방법보다 흙더미 위에 굴삭기를 올려놓고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게 된다.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