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산 전망대와 포스터좌측 위는 오두산 통일 전망대 전경 / 아래는 전경과 한강,임진강이 합류하는 강물과 개성 송악산 풍경 / 우측은 전시회 ‘전방’(前方) 포스터
양경숙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행위예술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는 국내외 20명의 작가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신작을 발표하는데, 특히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는 해외 작가들은 제작 과정 중에 적어도 한번 이상 DMZ 현장을 답사하는 등 한반도 분단 상황을 가슴으로 이해하며 작품을 제작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의 전방 DMZ 상황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생태, 군사 등 모든 것과 연동된다. 어쩌면 DMZ의 역사는 곧 한국의 현대사이고 한국의 현주소라고 하겠다. 작가들은 물리적 전방 DMZ와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와 통일을 이루려는 앞선 의식과 경험들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며 무한한 상상력으로 한반도 분단의 현실, 즉 통일의 문제들을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또 전쟁과 분단을 표현한 작품들이지만, 이 전시에는 역설적으로 작가들의 지독한 평화에의 열망이 담겨 있다. 작가들은 일일이 작품을 설명하지 않고 전시회를 찾아 작품을 만나는 관객들 개개인의 시선과 영감에 그 이해를 맡겼다.
'전방'(前方)의 작품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대한민국을 국내외 예술가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그들의 눈에 한반도는 어떤 나라일까? 바로 이런 주제로 우리의 문제를 관조하고 통찰해 볼 수 있는 전시회 '전방'(前方) 입구에서부터 숨이 턱 막히고 만다.
먼저 이태호 작가의 <기차놀이>(한지에 목판화 / 1500 x 70cm / 2021년)다. 제목답게 세 면의 벽면을 가로로 길게 잇는 대작 목판화 '기차놀이'는 긴 탱크 행렬과 그 옆에서 천진하게 기차놀이를 하는 어린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온몸으로 무자비한 전쟁 속의 탱크 행렬을 막고 있다.
작가는 "어린이들의 순결하고 천진한 마음이 인간의 탐욕의 산물인 전쟁과 재난을 막을 수 있다"면서 우리에게 전쟁과 재난을 막아낼 수 있는 동심-첫마음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한다. 불특정 다수가 동심으로 돌아간다면 인류의 전쟁과 재난 작금의 코로나도 막아낼 수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제목 <기차놀이>가 시사하듯 이미지를 이어 붙여 거의 무한대로 작품 길이를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관객인 나도 어느새 유년으로 돌아가 난만하게 웃으며 무자비한 탱크를 막아내려는 그림 속 기차놀이의 주인공이 된다.